1990년대 중반 이후 고난의 행군시기에 시작된 탈북 디아스포라 현상의 가장 큰특징이 탈북의 여성화이다. 전지구화된 자본의 이동 속에서 북한과 중국을 둘러싼 정치·경제적 상황은 여성의 이동성을 초래했고 탈북여성들은 젠더화된 이주형태를 보이지만 동시에 자율적인 이주 주체로 형성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즉 탈북여성은 북한-중국-남한으로의 초국적 이주경험을 통해 정체성을 재구성하고 다양한 스케일에서 장소성을 창출하는 행위자가 되는 것이다. 본고는 『찔레꽃』과 『큰돈과 콘돔』을 대상으로 탈북 이주여성이 이동하는 공간에서다양한 스케일과의 상호관계 속에서 어떠한 장소성과 행위자성을 구현하는가를 살펴보았다. 『찔레꽃』에서 충심은 이주과정에서 고통받는 피해자 혹은 정책적 시혜의 대상으로수동적으로 정체성이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을 통해 국가 스케일에 저항하고, “자기위신”을 지키는 자기유지의 약속을 이행한다. 나아가 북한의 부모에 대한 돌봄행위를 통해 남한이라는 장소와 협상하고 우울증적 주체에서 벗어나는 행위자성을보여준다. 『큰돈과 콘돔』에서 창숙은 분단의 경계와 남한사회의 질서 속에서 동화의대상으로 위계화된 위치에 놓이지만 장소에 따라 유동적인 행위자성을 통해 다양한스케일의 정치를 실현한다. 또 같은 공동체와의 유대 및 초국가적인 가족 등 다층적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새로운 장소성을 창출한다. 이러한 탈북여성의 행위자성은 우리사회의 일방적인 동화주의에 입각한 사회통합담론에 대한 성찰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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