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의 전위대(vanguard of the people)로서 독점적 지위를 부여 받은 조선로동당은 전 사회적으로 조직되어 조선인민군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구를 지도하고 통제한다. 유일적 영도를 통해 혁명과 건설을 추동하는 당을 수호하는 조선인민군은 창군 이후 지금까지 당의 사상과 영도에 절대 충성하는 당의 군대로서 여러 기능을 수행해오고 있다. 김일성 시기부터 체제 전반에 걸쳐 다양한 부분에서 역할을 수행한 군에 대한 의존과 동시에 조선로동당은 다른 사회 조직과 마찬가지로 장악과 통제의 필요성을 체감하였다.
이중적 군사지휘체계를 통한 당에 의한 군의 통제는 김일성 시대부터 군사주의적 경향이 심화된 선군시대에도 유지되었다. 그러나 국방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김정일 시대 인민군에 대한 역할의 확대되고 중요성이 강조됨에 따라 기존의 당‧군 관계의 구조적 변화에 대한 학계의 다양한 해석은 논쟁을 야기하였다. 이후 김정일의 급작스런 사망과 김정은의 집권에 따른 조선로동당의 부상은 본 연구의 출발점이었다. 선군정치 하에서 군의 위상과 역할이 강화되고 당의 비정상적 운용이 이뤄졌던 것에 반해 김정은 시대에는 각종 당회의체들이 재개되고 구조적 재편이 일어나는 것에 대한 당‧군 관계의 실체와 군에 대한 당의 지도 및 통제에 대해 본 연구는 새로운 접근법으로 규명해 보고자 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후견주의’로 일컬어지는 미시적 관점의 이론을 활용하여 조선인민군 내 당과 군의 관계를 정치군관-군사지휘관, 그리고 병사를 ‘이중적 후견관계’로 규정하고, 새로운 분석틀 속에서 김정일-김정은 두 시기를 동태적으로 비교·분석하여 인민군 내에서 당과 군의 권력관계와 통제체제의 변화와 특징을 규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이중적 후견관계의 새로운 접근법을 통해 조선인민군 내 당·군관계 변화를 두 시기별, 정치군관-군사지휘관과의 역할을 비교·분석하여 다음의 함의를 얻을 수 있었다. 우선 김정일-김정은 시대 시기별 함의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당-국가체제 속에서 조선로동당의 군에 대한 지배와 통제는 김정일-김정은 시대에 지속되었다. 김정일 선군정치 시기와 김정은 시기 모두 정치군관의 강력한 권한 속에서 당의 영도력은 인민군에 여전히 영향력을 미치고 있었으며, 이는 당조직이 부대 내 전반에 조직화되어 있었기에 지배와 통제가 유지될 수 있었다. 둘째, 김정일 시기에 비해 김정은 시기 당 중심의 국정운영 체제 복원에 따라 군에 대한 지배력이 상대적으로 강화되었다. 실질적인 군에 대한 지배 및 통제의 방법으로 북한은 엄격한 당원 기준 체계 수립을 통한 입당권을 제한하였다. 따라서 당적임무를 수행하는 정치군관의 위상과 영향력이 각급 부대에서 높아짐에 따라 인민군에 대한 강력한 당적 통제로 귀결되었다.
다음으로 군사지휘관과 정치군관의 역할별 비교와 분석을 통해 다음의 함의를 도출할 수 있었다. 첫째, 이중적 군사지휘체계로 인한 군에 대한 당의 과도한 간섭과 통제는 군사지휘관과 정치군관과의 갈등적이고 대립적인 관계를 파생하였다. 당권을 행사하는 정치군관이 군사칭호에 관계 없이 부대 내에서 크고 작은 부분에서 개입하여 통제함으로써 지휘체계의 근간을 흔들고 부대 내 각종 이권에서도 우위를 차지하였다. 이러한 환경은 인민군 내 갈등적 당‧군 관계의 실상을 여실히 보여주었으며, 김정은 시기 당 우위 속 정치군관의 역할 강조에 따라 갈등적 관계는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군사지휘관과 정치군관은 군정배합 및 상호이익을 위한 전략적인 공존적 관계 지향 속에서도 역할에 의한 차이가 나타났다. 병사의 이중적 후견관계 속에서 군관의 역할에 따라 달라지는 교환적 이익과 비중의 차이는 군보다 당이 압도하고 있었음을 통해 인민군 내 당‧군 관계의 모습을 알 수 있었다.
조선인민군은 김정일 시기 다양한 분야에서 체제 위기를 극복하는데 일조하였다. 그러나 군의 체제 내에서의 영향력 강화에도 당은 군을 지배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유지하였고, 김정은 시기에 접어들면서 군의 정치적 위상은 약화 되고 상대적으로 더 강력한 당적 지도와 통제의 당‧군 관계로 귀결되었다. 이러한 당‧군 관계가 유지되는 한 조선인민군은 당의 통제 속에서 명령을 수행하는 충성스러운 무력집단으로 존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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