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습으로 권력을 승계한 김정은 총비서 앞에 놓인 북한은 대내적으로 시장화와 외부사조의 확산으로 민심이 이반되고, 대외적으로도 비정상국가라는 낙인 속에서 경제발전을 위한 개방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 정권이 인민들의 지지와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기 위한 방안으로 사회주의 정상국가를 지향한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노동당 유일영도체계 아래 통치이념으로 인민대중제일주의, 통치수단으로는 법치를 통해 당 우선의 정상국가를 구현하고자 하였다.
북한이 말하는 법치는 사회주의법치를 의미하며, 당의 영도 아래 제·개정한 사회주의법을 기본수단으로 국가와 사회를 관리하는 것이다. 법을 정치의 한 표현형식으로 인식하는 북한에서 당의 입법영도는 인민대중제일주의 통치이념을 기초로 한다. 김정은 체제는 스스로 법치가 우수한 점이라고 할 정도로 법제를 통한 통치를 중요시하기에 입법에서 인민대중제일주의를 투영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본 연구는 대내외 환경변화에 따른 인민대중제일주의 통치이념과 이를 현실화하는 기제인 법제의 조응관계를 분석함으로써 김정은시대 법제의 인민대중제일주의적 특성을 규명하고자 하였다. 법제의 성격과 내용을 다각적으로 분석하여 법제에 나타난 인민대중제일주의의 특성을 귀납적으로 밝혀내고자 하였다. 분석 결과 김정은시대 법제의 성격이 ‘인민대중제일주의 통치이념이 투영된 법제’로 인민대중제일주의의 친인민성을 반영한 법제라는 점을 규명하였다. 김정은시대 초기에 상향적 친인민성이 법제에 반영되었다면, 2019년 말 정면돌파전 선언 이후에는 친인민성에 비사회주의·반사회주의 투쟁의 성격까지 결합하여 재구조화된 인민대중제일주의적 특성이 법제에 투영되고 있다. 이는 다음과 같은 연구결과로 구체화된다. 첫째, 인민대중제일주의 발전단계와 법제도 발전단계가 조응관계에 있지만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았다. 법제도가 기본적으로 당의 전략적 노선에 따르나 당 노선의 공식화에 앞서 준비하는 역할도 수행했다.
둘째, 김정은시대의 제·개정법 481건을 대상으로 계량화, 척도분석, 질적 내용분석방법을 적용한 결과 법제의 친인민적 특성이 파악됐다. 큰 틀에서 인민생활향상을 위한 법률에 가장 높은 비중을 할애하면서도 법치를 위한 사법제도 정비와 개방에 대비한 대외경제부문 법률을 마련하고, 지역균형·지역발전과 특수계층·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다각적인 법률을 정비하는 등 사회통합·친인민적 특성을 띤다.
셋째, 2019년(법제 세 번째 단계)부터 제정된 11건의 비사·반사 투쟁법 중에는 인민들의 사상을 포함한 사적영역까지 규제하는 통제적 법률이 있는 반면, 지도층의 기득권 척결과 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친인민적 법제도 존재한다.
넷째, 인민대중제일주의와 법제도는 긴밀한 연관성을 갖는다. 제·개정법의 양, 연도별·단계별 부문법의 비중 등에서 김정은 정권의 통치이념(인민대중제일주의), 최고원칙(인민의 물질문화생활향상), 통치방식(법치)이 법제에 드러난다.
다섯째, 김정일시대에 ‘사회주의법치국가건설론’이 주창되어 법제에 기반한 통치를 시작하였다면, 김정은시대는 법치를 전면화하고 나아가 인민대중제일주의와 법건설이 결합하여 김정은식의 ‘인민대중제일주의법건설사상’이 확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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