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지금까지 한국문학사에 통합 가능한 ‘북한문학’으로 호명되었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문학(이하 조선문학)을 그 내적 논리 및 세계문학과 관련 양상이라는 양자적 관점을 통해 규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우선 조선문학으로 재조명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 본 연구는 1980년대 사회주의 현실주제 소설문학에 주목한다. 1980년대의 사회주의 현실주제 중・장편소설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내부에서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과 해외에서도 독자 및 연구자들에게 큰 호응을 받은 작품들이다. 다만 외부의 시선에서 해당 작품들은 주체문학의 중심성에서 벗어나 조선문학의 균열을 상징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이에 본 연구는 사회주의 현실주제 소설문학도 수령형상문학 및 항일혁명전통문학과 마찬가지로 주체문학을 이루는 중요한 축이라는 사실에 입각하여 왜곡과 굴절, 필요에 따라 검열과 은폐의 작업을 통해 소개되었던 북한문학이 아닌 일종의 ‘방법론적 일국(一國) 문학’으로 조선문학을 호명하고자 한다.
이를 위하여 본 연구는 첫째로 주체문예론의 전개 과정에 주목한다. 196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문학예술혁명은 이른바 주체문학 및 주체문예론의 완성을 위한 여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체제 외부에서 보기에 주체문학과 주체문예론은 당과 수령에 문학이 복무하게끔 하는 획일적 규범에 불과한 것으로 치부되었다. 그러나 1980년대 조선문학의 이채(異彩)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주체문예론 자체의 전개 과정과 1980년대 세계문학으로 외연을 확장하고자 했던 조선문학의 전환이라는 측면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특히 1973년 󰡔영화예술론󰡕을 시작으로 1992년 󰡔주체문학론󰡕까지 김정일이 주도한 주체문예론의 전개와 더불어 1960년대 이후 과도기적으로 등장한 일부 이론가들의 문예론까지 함께 살핌으로써 1980년대에 소설문학에 대한 일상적 차원의 이데올로기적 수행에 대한 고려와 관련한 근거를 마련하고자 한다.
둘째로 본 연구는 조선문학의 한 축으로 존재하는 사회주의 현실주제 소설문학을 ‘균열’로 보는 관점과는 거리를 두고 주체문예론의 전개 양상 내부에서 작품 읽기를 시도한다. 지금까지 주체문예론은 정치성과 선전성을 통해서만 해석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해석은 조선문학 내부에 존재하는 소설문학의 다양성에 대한 해석을 오히려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다. 즉 주체문예론의 전개 과정에서 강조되었던 창작적 개성 및 전형 창조의 요구를 문예론 자체의 내적 논리와 개방성 안에서 이해하지 않고서는 수령형상문학 및 항일혁명전통문학과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포착되는 문학예술에 대해서 이질성과 균열성이라는 답을 내놓게 마련이었다. 때문에 본 연구는 주체문예론의 형성과 전개를 일상적 차원으로 확대하여 살핌으로써 지금까지 1980년대 조선문학의 특징으로 평가받았던 변화와 이질성을 소설문학의 확장과 다양성으로 치환하여 독해할 근거를 마련하였다.
이러한 근거를 토대로 1980년대 사회주의 현실주제 중・장편소설을 우선 개인과 체제 사이에서 경합하는 욕망의 문제로 분석하고자 한다. 1980년대 소설문학이 이전 시기와 차이를 보이는 대표적인 지점은 특정 개인(수령)이 아닌 일반 개인(인민)의 일상이 작품 전면에서 묘사된다는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단순히 생활과 노동 현장에 대한 묘사뿐만 아니라 개인의 내면심리에 대한 묘사가 한층 강화되었고, 등장인물들의 욕망에 대한 분출이 다양하게 포착되는 특징을 보인다. 이때의 욕망은 일종의 소비주의적인 형태를 보이기도 하며, 경우에 따라 권위주의적인 모습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결국 개인의 욕망은 체제의 규범에 허용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으로 구분되어 양가적이고 다중적인 형태를 띈다. 다음으로 남녀 사이의 애정 문제를 중심으로 사회주의 현실주제 소설문학을 분석하고자 한다. 사회주의 현실주제 소설문학에서 애정윤리 문제는 단순히 개인과 개인 사이의 감정 문제일 뿐만 아니라 체제가 개인을 통제하고자 했던 ‘감정의 도덕화’ 문제와도 직결된다. 특히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사회의 가장 기본이 되는 세포로 규정하는 가정의 불화는 체제의 위기와 연결된다는 점에서 청춘남녀 및 부부 사이의 애정윤리는 이 시기 소설문학에서 중요한 소재이자 주제이기도 하였다. 끝으로 1980년대 새롭게 등장한 청년 세대에 대한 호명과 과학기술에 대한 체제의 열망을 중심으로 이 시기 중・장편소설들을 살피고자 한다. 이는 사회주의 현실주제 소설문학의 목적이 당대의 현실을 문학예술에 반영하여 인민들을 교양하는 것이었던 만큼 시대적 상황을 반영한 작품들에 대한 역사적 분석을 시도하는 것이기도 하다.
셋째로 본 연구는 조선문학이 세계문학의 하나에 해당하는 일국 문학임을 해명하기 위하여 1980년대를 전후로 세계문학과 관계 맺은 경로를 추적하고자 한다. 세계문학과 일종의 길항 관계를 형성한 조선문학은 세계문학과 교류를 추진하면서도 조선문학만의 고유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세계문학을 일정한 기준으로 차단・배제하는 양상을 보인다. 또한 이는 1980년대 후반 대한민국에서 이른바 ‘북한 바로 알기 운동’과 더불어 출판시장에서 북한문학을 소개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진 상황과 표리를 이룬다. 문제는 이때 북한문학은 반공과 검열을 우회하기 위한 자체적인 편집과 삭제로 인하여 온전하지 못한 형태로 대한민국 독자들에게 소개되었다는 사실이다. 한편으로 1986년 9월 평양에서 열린 ‘자주, 친선, 평화를 위한 투쟁에서 현대문학의 역할에 관한 국제토론회’는 테탕트 이후 새롭게 재편되고 있던 지구적 냉전 국면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문학을 중심으로 외부와 교류하고 자신들의 체제를 공고화하기 위한 문화적 전략을 어떻게 계획・실천하였는지 보여주는 사례이다. 즉 ‘통일문학’의 견지에서 대한민국의 북한문학 읽기와 더불어, 세계문학과 관계 맺기를 시도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움직임은 1980년대 냉전 국면에서 포착되는 다차원(多次元)의 개방 문제를 이해하기 위한 동시대적 수행 및 실천이다.
세계문학의 연장에서 1980년대 주목하여 볼 현상으로 조선문학의 재외동포문학에 대한 관심이다. 이 현상을 이해하기 위하여 본 연구는 재일조선문학에 주목한다. 1960년대 이후 재일조선문학에 대한 조선문학의 내부로 포섭하기 위한 노력은 확고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포착 가능한 공식 문학사의 서술에서는 재외동포문학이 일절 언급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즉 동시대 문학의 한 사례로서 재외동포문학을 끊임없이 호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재외동포의 위치가 공화국 내부로 옮겨지는 것이 아닌 이상 재외동포문학은 현재의 체제 선전을 위한 도구이거나 ‘조선민족’의 문학으로만 호명되는 것이다. 다만 조선문학이 내부적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사실들에 대한 한계가 외부에 위치하는 재외동포문학을 통하여 표출되고 있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 시기 대한민국에서는 재일 및 재중 동포의 문학을 적극적으로 소개하면서 민족문학의 외연을 확장하던 것과 다르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는 재일조선인문학만을 적극적인 포섭 대상으로 삼은 것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남조선문학’이나 미국과 유럽 등지의 재외동포들의 문학이 희소하게 소개되는 사례가 발견되기는 한다. 그러나 조선문학의 외연 확장에 있어서 주요 대상은 재일조선문학이었음에 주목하여 본 연구에서는 우선 재일조선인의 문학 활동을 중심에 두고 다루었다.
한편으로 본 연구는 세계문학의 하나로 위치하는 ‘조선문학’과 1945년 해방 이후 한국문학과 분기되어 존재하는 ‘북한문학’의 딜레마와 함께 분단 극복의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하는 ‘코리안 리터러처(Korean Literature)’의 난제를 방법론적으로 또 실체적으로 용인한다. 달리 말해 이는 조선문학에 대한 내재적 접근 및 해석인 동시에 북한문학이라는 대한민국과 해외 학계의 외재적 접근 및 해석을 현실적 조건 아래 고려하며 아우름으로써 종국에는 교류와 통합을 위한 ‘한국어조선어’라는 하나의 언어를 공유하는 문학의 종합적이고 통일적인 서술 가능성과 ‘문학사적’ 지향을 일부 수용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본 연구는 위에서 말한 문예론, 소설문학, 세계문학이라는 세 가지 층위를 통하여 1980년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체문학을 새롭게 해석하고자 시도하였다. 이러한 해석의 시도는 무엇보다 외부자의 입장에서 조선문학을 읽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이다. 또한 조선문학이 단순히 당과 수령에 복무하는 프로파간다에 치우친 것이 아니라 세계문학의 일부로써 일반적 문학이 갖는 보편성과 특수성을 함께 보여주는 사례임을 해명하였다. 이를 통하여 언젠가 도달하여야 할 문학적 교류 및 통합의 발판을 조선문학의 내적 논리와 실재의 측면과 더불어 한국문학 및 세계문학의 지평 속에서 마련하고자 하였다.
또한 본 연구는 주체문예론 및 주체문학에 대한 변증법적 재구성을 시도한다. 이를 위해 본 연구에서는 주체문예론 및 주체문학을 정명제(定命題)로 삼았다. 주체문예론 및 주체문학은 1980년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소설문학을 해석하기 위한 일차적인 준거인 동시에 1960년대 후반 이후 조선문학의 사상이념적 토대이자 문예론의 기초가 되는 까닭이다. 나아가 ‘북한문학’을 비롯하여 1980년대 사회주의 현실주제 소설문학이 기존 조선문학과 균열로 치부된 상황을 반명제(反命題)로 위치시킬 때, 주체문예론 자체는 자명한 것이 아니라 해석상의 종합을 요구한다. 이는 ‘북한문학’ 및 균열이나 이질성으로 치부되었던 소설문학에 대한 평가를 아예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시선을 반증의 사례로 삼기 위한 작업이다. 즉 파편화된 모자이크로 존재하던 조선문학의 형상을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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