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북한의 세습체제를 유지하는 힘의 원천이 선전·선동에서도 기인한다고 전제하고, 구체적인 연구대상에서 일어나는 대내외 선전·선동방식을 분석하여 함의를 도출하고자 하였다. 직관성, 기동성, 호소성을 띠는 북한우표는 도안(圖案)에 각종 지도자 이미지 및 상징물을 활용할 뿐만 아니라, 지도자 찬양 음악 악보와 선전화 등을 구현하고, 이를 북한주민과 세계시민의 삶으로 직접 배송하는 아지프로 플랫폼(agitation propaganda platform)의 역할을 해오고 있다. 이러한 요인이 손전화 통보문(휴대전화 문자메시지)이 우편통신의 기능을 대체하고 있는 김정은 시대에도, 선전선동부 주도로 온/오프라인 우표전시회 개최, 우표박물관 개건, 김주애 우표 등 우표발행소식의 북한 관영매체 대서특필 노력이 기울여지고 있는 이유라고 보았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는 1946년부터 2023년까지 발행된 7,000여 종의 우표 중 직·간접적으로 지도자 위대성을 묘사한 아지프로 우표의 발행정책을 살펴보고, 북한 지도자를 찬미와 신뢰를 받을 만한 대상으로 그려내는 상징조작을 분석·분류하였다. 북한우표에 나타나는 지도자 상징조작은 권력의 상황과 밀접하게 일어났다. 북한 초기 김일성 우표와 함께 갑산파가 추구한 정치모델인 정약용 우표가 발행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1960년대 갑산파 숙청 이후 김일성 유일사상체계가 확립되고 본격적인 지도자 아지프로 우표가 발행되었다.
북한우표에 나타난 지도자 상징조작은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지도자를 당, 정권(국가), 무력과 동일시하는 상징조작이다. 북한의 권력이 세습되며 지도자 우표에 세 종류의 상징이 함께 등장하는 비중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이는 정권 세습에 지도자가 곧 당이자 국가이며 무력이라는 상징조작이 필요하다는 방증이다. 둘째, 지도자 관련 역사를 조작하고 이를 기념하여 마치 사실처럼 만드는 상징조작이다. 북한은 지도자 업적을 허위로 만들어내거나 일부 사실을 과장하여 놀랄만한 업적을 세운 지도자로, 전 세계 지도자에게 찬양받는 지도자로 묘사했다.
셋째, 지도자를 복종과 희생의 대상으로 만드는 상징조작이다. 지도자의 명령에 절대복종하는 인민과 군대, 지도자를 지키기 위하여 기꺼이 희생한 남조선 내 혁명 세력(간첩)과 공화국 영웅들을 우표로 발행한 것이다. 또한 북한은 지도자 신년사 등 다양한 교시를 직관물(直觀物)로 만든 우표를 발행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많은 이들이 충성하고 따라야만 하는 지도자가 된다. 넷째, ‘백두혈통’ 상징을 극대화하여 다른 누구도 아닌 김정일, 김정은만의 통치 정당성을 상징조작하였다. 1970년대 전까지는 우표 도안으로 금강산, 칠보산 등 다른 산에 비해 미미하게 활용된 ‘백두산’은 유일사상체계 확립 및 후계체제 구축 이후 급증하였다. 이는 특히 정권승계를 준비하는 시기에 상당수 백두산 우표를 발행하며 후계의 정당성을 공고화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북한은 아지프로 우표를 통하여 지도자의 권력을 강화하고 세습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드는 상징조작의 틀이자, 마치 ‘풍선 없이도 대내외에 효과적으로 뿌려지는 선전전단(삐라)’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북한의 아지프로 우표는 역으로 북한의 의도가 남아있는 나이테와 같은 증거물이 된다. 매년 반복되는 신년사(1월) 우표, 김일성(4월)·김정일(2월) 생일 우표, 정권 수립(9월) 기념우표, 당 창건(10월) 우표, 반미우표(6~7월), 법령 우표 등 다양한 우표들이 당시 정권의 해설서이다. 당시의 북한이 지도자를 어떻게 그리고자 하는지, 어떠한 통치를 하고자 하였는지, 대외관계에서는 어떤 전망을 가졌는지 구체적인 데이터로 속내를 측정할 수 있다. ‘손전화 시대’에도 북한우표의 메시지에 집중해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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