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북핵 위기를 북·미·중 전략적 삼각관계 이론을 적용해 분석해본 결과 1, 2차 핵위기 때와는 다른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다. 미중 전략경쟁이 고조되면서 그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안정적 결혼’ 유형이 나타난 것이다. 이 유형은 미국을 중심으로 중국과 북한 관계가 모두 부정적이며, 북한과 중국만이 우호적인 관계를 의미한다. 이런 현상은 기본적으로 미중 관계의 변화에서 초래됐다.
1차 북핵 위기 때 미국은 국력이 미약했던 중국을 의식하지 않고 북한과 직접 협상을 진행했다. 그 결과가 1994년 북미간 제네바 합의였다. 2차 위기 때는 미국에 의해 중국이 북핵 협상에 참여하는 것이 용인된 상태됐다. 1,2차 핵위기 때를 전략적 삼각관계 이론으로 분석해보면 북한의 위기조성행위(NPT탈퇴선언, 1차 핵실험)로 국면이 전환되면 전략적 삼각관계 유형도 ‘안정적 결혼 유형’에서 ‘낭만적 관계 유형’으로의 전환이 일어났다.
미중패권경쟁이 본격화된 3차 북핵위기에서는 이런 전환이 이뤄지지 않았다. 미국은 중국을, 중국은 미국을 주적으로 설정한 패권대결을 하게 되면서 북한의 현상변화(핵무력 완성) 속에서도 미국과 중국이 협력해 이를 막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보다도 미중관계가 더 중요한 변수가 된 것이다. 이런 현상은 미중 전략경쟁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본다면 미중 전략경쟁의 전개로 인해 북한 핵문제가 과거의 비확산 이슈에서 세력균형 문제로 속성이 전환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이 자국의 패권을 지키기 위해 도전국 중국을 강력히 견제하는 것을 가장 우선시 하는 시기인 만큼 3차 북핵위기 과정에서 미국은 북한의 위기조성행위나 협상안 제시에도 크게 반응하지 않는다. 중국을 제압하는데 주력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미국은 북한핵을 중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은 전략적 삼각관계 양상을 결정하는 위상에 서게됐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중국을 굴복시키는데 유효한 수단이 될 수만 있다면 한시적이지만 북한의 핵무력에 대한 ‘전략적 묵인’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은 패권도전국으로서 지배국 미국에 불만족을 느끼는 북한과 동맹강화를 통해 맞서려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력은 중국에게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중국에게 북핵 이슈는 과거에는 비확산 문제였지만 이제는 미국과의 패권경쟁과 결부된 세력균형 문제로 비화된 것이다.
중국에 의한 북한 감싸기는 핵무력을 완성한 북한에게는 기회의 공간을 더욱 넓히게 했다. 이러한 상황은 북한에게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가는 구조적 환경을 제공해주고 있다. 북한이 새로운 의미의 ‘사실상 핵보유국’ 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은 국제적인 제2차 핵확산 시대의 중대한 사건이다. 또 시야를 한반도로 좁혀보면 북한에 의한 핵불균형이 초래된 것을 의미한다. 한국에게는 중대한 안보 위협이며, 한국의 안보정책의 패러다임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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