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한국의 중재가 시도되었던 사례에 국한하여, 북미 핵협상에서 한국의 중재 성공 또는 실패를 결정 짓는 조건을 규명하고자 하였다. 한국의 중재 역할을 다룬 선행 연구에 대한 비판적 검토 이후, 국제정치이론 중 한 부류인 중재이론의 요소들을 접목시켜 ‘갈등 고조 가설’과 ‘유인책 제시 가설’을 도출하였고, 이를 북미 핵협상에서 한국이 중재를 시도했던 다섯 국면의 사례를 통해 검증하였다.
북미 핵협상에서 한국의 중재 역할은 기존에 간과되었거나 일반화된 설명 없이 시기에 따라 파편화된 형태로 기술되거나 설명되었다. 일부 선행연구는 북미 핵협상의 중재자로서 한국 외에 다른 국가에 주목하거나 한국이 중재를 시도했던 시기의 한국의 역할을 중재로 분류하지 않기도 했다. 반면, 한국의 중재 역할을 규명하려는 연구도 이루어졌다. 2000년대 초중반의 중재를 대상으로 한 경우에는 북미관계에서 한국의 역할이 있었다는 것 자체를 강조하는 연구들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2018~2019년의 중재를 대상으로 한 경우에는 한국의 중재 역할이 구조적, 국내정치적, 개인적 변수 등 다양한 분석수준 차원에서 연구되었다. 선행 연구 검토 결과, 북미 핵협상이 시작된 이래 특정 시기에 편중되지 않고 한국의 중재 행위들을 일반화시켜서 설명하는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본 논문은 중재 이론에 근거하여 ‘갈등 고조 가설’과 ‘유인책 제시 가설’이라는 두 가지 가설을 제시했다. 갈등 고조 가설은 북미 갈등이 고조되면 두 국가가 손해를 피하기 위해 한국의 중재를 활용하여 협상 단계를 진전시키고, 반대로 갈등이 낮을 경우 손해가 크지 않기 때문에 한국의 중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논리이다. 유인책 제시 가설은 한국이 유인책을 고안하여 미국의 동의를 얻은 후 이를 북한에 제시하면 북미 협상을 진전시킬 수 있고, 반대로 제시하지 않으면 협상을 진전시킬 수 없다는 논리이다. 두 가설의 검증을 위해서 2002~2003년의 제네바합의 붕괴 국면, 2005년의 북한의 핵보유 선언 국면, 2017~2018년의 북한의 핵무력 완성 선포 국면, 2019년의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국면, 2021년의 한국의 종전선언 제안 국면을 연구 대상 사례로 선정하였다.
북미 핵협상에서 한국 중재의 성패 사례에 대한 두 가설의 검증 결과, 유인책 제시 가설의 적실성이 입증되었고 갈등 고조 가설은 기각되었다. 경험적으로 한국이 북미 양국에 유인책을 제시하는 조건에서 한국의 중재가 성공했던 사례와, 반대로 유인책을 제시하지 않은 조건에서 한국의 중재가 실패했던 사례로 인해 유인책 제시 가설은 지지되었다. 반면 경험적으로 북미 갈등이 높은 수준이었을 때 한국의 중재가 실패했던 사례와, 반대로 북미 갈등이 낮은 수준이었을 때 한국의 중재가 성공했던 사례로 인해 갈등 고조 가설은 채택되지 않았다.
본 논문의 연구 수행을 통해 북미 갈등의 수준과 상관없이 한국이 유인책을 제시했을 때 북미 핵협상이 진전될 수 있다는 일반화된 설명이 가능하게 되었다. 북미 핵협상과 관련된 선행 연구에서 제시되지 않았던 한국의 중재 성공과 실패에 대한 일반화된 설명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본 논문의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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