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확산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국가가 자국의 보호와 생존을 위해 핵무기를 개발한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이 가정이 과연 핵개발을 추구하는 모든 국가에 적용될 수 있는가? 핵무기 개발에 관한 정책 결정과정에 일정한 패턴은 없는 것인가? 본 논문의 핵심은 기존 핵확산 연구에서 다루지 않았던 한 영역인, 국가의 수정주의 성향과 핵무기 개발과정 간 상관관계 및 인과관계에 대해 밝히는 것이다. 이 연구의 주요 목표는 국가가 핵야망을 포기하는 이유에 대해 기존 핵확산 연구가 다루지 않았던 공백을 채우는 것이다. 본 연구는 핵 확산 행위를 1) 비활성 2)핵 탐사 3)핵 추구 4)핵무기 획득의 4단계 분류하여 위 질문을 다루고 있다. 본 논문은 이에 더하여 핵포기(rollback) 단계를 추가한 후, 각 단계별 국가별 수정주의 성향을 분석한다. 이 연구는 불만을 제공하는 상대에게 물리력을 행사하거나 군사적 공격을 가하는 행위를 대표적인 수정주의적 행태로 본다.
세력균형이론에 따르면 국가는 외부적으로는 주변국과 전략적 동맹을 맺고 내부적으로는 군비를 증강하는 등의 일련의 활동을 통하여 강대국과의 세력균형을 유지한다. 그러나 국가간 군사적 분쟁을 일으킨 경험이 많은 국가는 주변국과의 비우호적 관계나 갈등, 혹은 주변국들의 비협조로 인하여 세력균형 유지를 위한 활동에 제약이 따를 수 있다. 이는 이들 국가가 핵무기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수정주의적 행태가 비교적 두드러지지 않은 국가들에 비하여 외적균형이 파괴되거나 악화될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로 인하여 촉발될 안보의 위기로 인해 결국 핵프로그램을 포기할 가능성 또한 증가함을 시사한다.
본 논문은 국가가 공격적인 목적이나 수정주의적 의도를 가지고 핵개발을 추구할 가능성에 관하여 탐구한다. 월츠(Waltz)와 슈웰러(Schweller)의 이론을 기반으로 핵 확산의 맥락에서 수정주의 개념을 발전시킨다. 이후 양적분석이 이어지는데, 우선 국가간 군사적 충돌 데이터(MID 3.0 Dataset)에 수록된 다수의 변수들을 가공하여 각 국가의 수정주의 성향을 수치화한 정량적 변수를 생성한다. 이러한 수정주의 변수를 독립변수로 하여, 핵확산의 각 단계별로 수정주의적 행태가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를 웨이불(Weibull) 및 지수 (Exponential) 모델을 사용한 생존 분석(survival analysis) 방식을 통하여 검증한다. 이를 통하여 수정주의적 행태를 많이 보인 국가일수록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음을 입증한다.
이러한 양적분석의 결과는 남아프리카, 리비아, 인도네시아의 사례 연구를 통해 재차 확인된다. 역사적으로 수정주의적 행동이 두드러졌던 이들 국가들은 핵개발 과정 중 외적 균형을 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으며 이는 결국 핵포기로 귀결되었다. 마지막으로 본 논문은 이러한 발견이 북핵 사례에 미치는 시사점을 고찰한다. 중국과 러시아의 대미 패권경쟁과 진영 간 경쟁구도 속에 ‘대미 카드’로써의 활용도가 높아진 북한은 잦은 핵도발에도 불구하고 외적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로써 남아프리카, 리비아, 인도네시아와 달리 북한은 핵개발을 완성하고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요컨대 이 논문은 핵확산 각 과정에서 수정주의적 행태와 핵확산 의사 결정 사이에 유의미한 관계가 있음을 생존분석, 이론검토, 사례분석 등을 통하여 검증한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는 비확산 정책 수립 시 핵확산 및 핵포기 동기에 관한 다양한 관점을 탐구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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