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에는 3만명 이상의 북한이탈주민들이 정착하여 살고 있으며, 남한주민들과 한민족이면서 동시에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소수자 집단으로 성장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다른 외국인들과는 달리 입국과 동시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지위를 가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탈주민의 한국사회 통합은 차별이라는 문제에 가로막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그러나 이러한 차별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음에도 북한이탈주민이 인식하는 차별의 실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차별로 인해 한국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과 차별의 부정적 결과는 예상보다 클 수 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
이에 본 연구는 북한이탈주민의 입장에서 차별의 실체를 연구하는데 중점을 두고 북한이탈주민이 한국사회에서 인식하는 차별의 실체와 차별인식의 원인을 이론에 근거하여 분석하였으며, 차별경험과 차별인식 간의 간극이 존재하는지 밝힘으로써 차별문제의 객관성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선작업을 통해 차별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자 함에 본 연구의 목적을 두고 설문조사와 심층면접 설문을 실시하여 그 결과를 밝히고자 하였다.
1차적으로 차별경험과 차별인식 간의 간극을 확인하기 위해 부산·경남에 거주중인 북한이탈주민 14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으며, 그 결과 실제 차별경험과 차별인식 사이에는 간극이 존재함을 확인하였다. 즉 북한이탈주민이 차별을 당했다고 인식하는 과정에는 경험이나 객관적 근거에 의한 것이 아닌 북한이탈주민의 주관적 입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남한을 거주국으로 선택한 이유가 동일민족이기 때문이라는 동기가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러한 기대로 인해 북한이탈주민들이 한국사회에서 경험하는 차별은 실제보다 더 심각하게 느껴질 수 있음을 예상할 수 있었다.
2차 심층면접에서는 부산·경남 거주 북한이탈주민 12명을 나이와 남한 거주기간을 다양화하여 선발하고, 한국사회에서 경험하는 차별사건을 네러티브 형태로 서술하도록 함으로써 차별인식의 원인을 찾고자 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를 심리사회학의 차별인식 이론 중 상대적박탈 이론, 정체성 이론, 공정성 이론을 적용하여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제 차별사건과 차별이라 확정하기 어려운 경우를 구분하기 위해 실제로 차별행위가 일어났다고 추측하는 경우, 실제 차별행위라 확정하기 어려운 경우, 사회구조나 본인의 상황에 의해 어쩔 수 없는 경우의 문제 등 세가지로 분류하였다.
먼저 심리사회학의 차별인식 이론에 부합하는 경우는 정체성 이론을 적용하여 해석이 가능한 사례가 가장 많았다. 이는 북한이탈주민들이 대한민국 국민이라기보다 한국사회에서 북한이탈주민이라는 “이방인”으로서의 정체성이 더 강하게 작용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다음으로 실제 차별행위와 차별이라 확정하기 어려운 경우를 분류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실제로 차별행위가 일어났음을 추측 가능한 경우가 존재하였다. 기존 연구들에서도 제기되었듯이 남한주민들의 북한이탈주민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행위가 존재하였으며, 이는 차별하는 행위자의 차별의도와 관련없이 일어날 수 있다. 이로 인해 북한이탈주민들의 심리적 위축과 박탈감을 야기하며 성취의욕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야기함으로써 사회적응을 방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둘째, 실제로 차별이 일어나지 않았음에도 본인의 집단이 차별받고 있다는 편견을 가지거나 문화이해의 부족으로 차별을 받고 있다고 오해하는 상황들이 발생하고 있었다. 특히 본인이 북한이탈주민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스스로의 편견으로 인해 본인의 정체성을 숨기는 경우가 가장 흔히 발생하고 있었다.
셋째, 사회구조나 본인의 상황에 의해 어쩔 수 없는 경우로 인한 불공평한 사건들이 존재하였다. 이러한 경우 차별이라고 인식하는 사건들은 북한이탈주민들을 대상으로 일어난 사건이 아닌 본인의 능력, 현재 처해진 상황, 사회 시스템 등에 의해 우연히 일어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차별이라기보다 본인의 상황과 우리사회의 시스템에 의한 불합리한 결과라 지칭함이 마땅할 것이다.
이러한 북한이탈주민의 차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첫째, 남한주민들의 북한이탈주민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통일교육과 인식개선 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둘째, 한국사회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심리적인 문제해결과 함께 문화적인 차이로 인해 차별이라 오해하지 않도록 북한이탈주민들에 남한문화와 시스템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셋째, 차별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정책이나 제도 개선과정에 북한이탈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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