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장편소설 『친애하는 동무들』의 창작을 통해 새로운 소설창작기법을 연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탈북민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았으며, 『친애하는 동무들』이라는 제목은 탈북으로 새로운 삶을 찾으려는 욕망뿐만
아니라 하나님 나라(천국)를 향한 소망을 실현하기 위해 목숨을 담보로 하는 인물들의 의지를 서사로 엮었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남한과 북한을 넘나들고, 지상과 천상을 넘나들어야 하는 인물들의 행보는 소설 전체를 통해
수많은 경계를 넘나들어야 하는 문학적인 구성의 특이성을 보여주게 되었다.먼저 공간적인 경계 넘나들기이다. 공간적인 경계 넘나들기는 지상과 천상의 경계 넘나들기를 포함한 복합적 형태이다. 중국과 남/북의 경계 넘나들기는 소설의 중심 모티브이다. 이는 소설의 주인공인 ‘리순자’의 설정부터 시작된다. 그녀는 탈북하여 서울의 한 미용실에서 근무하지만, 북한에 있는 동생을 탈북시키기 위해 애쓴다. 그녀는 중국을 통한 자신의 탈북 루트를 따라 동생도 데려오고자 한다. 이를 위해 조력자로서 중국의 브로커를 설정하고, 또한 그녀의 목표 지향의 단계를 위해 북한 내부 실상을 언급하였다. 북한에 성경 보내기 운동을 통해서 다양하게 공간적인 경계 허물기를 하도록 인물을 설정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계획대로 실행되지 않음으로 갈등이 증폭되도록 했다. 여기에 공간적 경계 넘나들기는 자연스럽게 내면적인 경계 넘나들기에 영향을 준다. 이는 중심인물 리순자가 북한 교회에 대해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는 지점이 된다. 이 과정에서 자유를 찾기 위한 욕망, 자유로운 예배의 소망 등이 표출된다. 이를 위해 처음부터 탈북의 이유가 물질적인 충족이 아니라 하나님을 자유롭게
만나고 싶은 영혼의 충족임을 부각하였다. 하지만 그녀는 남한 교회에서의 형식적인 예배를 체험하고서는 지상과 영혼의 경계는 남과 북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남과 북의 경계를 넘나드는 문제는 공간의
경계를 넘어서서 지상과 천상, 나아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 시간의 경계로 확대된다. 이를 부각하기 위해 남한과 남한의 교회만이 아니라 북한과 북한의 지하 예배 처소가 대비되도록 할 필요가 있었다. 또한 양쪽 모두 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믿음의 테두리 속에서 안팎의 문제로 연결하였다. 그래서 소설 속에는 역사적으로 실존했던 인물과 가공인물이 함께 등장하는데, 이 또한 한국 특유의 역사적인 문제를 단순한 소설적인 이야깃거리로만 바라보지 않기 위함이다. 이를 통해 공간뿐만 아니라 시간도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들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결국, 욕망이 소망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통해 기독교 소설의 한 형태를 지향하였다. 인간적인 욕망이 소설의 전개에 따라 영적인 소망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소설의 시작점에서 인물의 성격을 설정할 때 르네 지라르(René
Girard)의 욕망의 삼각형 이론에 따라 행동이나 성격을 부여했다. 하지만 기독교 소설로서의 지향으로 인해 인물들의 삶과 욕망은 르네 지라르의 이론과는 방향이 조금씩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욕망이 소망으로 바뀌는 과정을 통해 기독교 소설의 길에 충실하고자 했다. 이로써 욕망의 의지를 나타내는 삼각형은 매개와 욕망의 최종 목표가 달라진다. 따라서 인물들의 목표가 재수정되는데 하나님 나라에 대한 소망과 동시에 이타적인 사랑, 즉 사랑의 분배, 말씀의 나눔이라는 천국을 바라는 이상향으로 재조정되었다. 결국, 욕망의 삼각형을 뒤집어 소망의 삼각형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음으로 리순자를 중심으로 한 인물의 관계도롤 통한 욕망과 소망이 어떻게 나타나는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장편소설 『친애하는 동무들』에는 욕망을 표출하는 다양한 인간상이 등장한다. 주인공 리순자를 중심으로 순영과, 탈북 브로커, 교회 사람들과 리순자의 하나원 동기 해진, 북한의 예배 처소를 지키는 미란과 남한사람 재은 등 인물들이 순차적으로 등장하여 인물의 관계도를 형성한다. 먼저, 중심인물 리순자의 최종 소망은 하나님 나라로 가는 것이다. 따라서 그녀는 시공간의 경계를 자유롭게 허무는 인물이다. 그녀의 욕망이 공간의 경계를 허무는 지점에서 출발하지만, 영적인 경계 또한 허무는 길로
나아간다. 그녀가 바울과 같은 사도를 매개로 삼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이다. 바울을 매개로 삼아 자신은 하나님 말씀의 진정한 전도자로서 하나님 나라에 가고 싶어 한다. 이런 리순자의 소망을 따라 리순영, 해진, 브로커, 재은 등이 얽히고설키며 관계에서 지유로울 수 없다. 그리고 순영을 따라 미란이 연결된다. 이는 인물들이 최종 목표를 바꾸는 계기와 매개의
재설정을 할 필요를 만든다. 다음으로 동생 순영은 언니와 마찬가지로 공간적 경계를 넘고자 하는
욕망을 지니지만, 세속적인 욕망은 점점 하나님 나라에 대한 소망으로 바뀐다. 순영은 처음에는 언니를 따라 북한을 탈출하는 데에 목표를 둔다. 하지만 지하교회의 공동체에 대한 책임 의식이 싹트면서 매개로서의 남한을 지운다. 그녀는 중국까지 와서는 남한을 조금씩 알게 되면서 남한을 매개에서 제외하고 순교자를 매개로 삼는다. 하나님 나라로 가기 위해 그녀는 순교자 차덕순의 길을 택한다. 이 과정에서 공간적인 경계뿐만 아니라 시간적 경계까지도 허물게 된다. 그녀는 그 차덕순을 통해 죽음의 경계를 허문다. 미란도 순영처럼 하나님 나라를 소망하여 남한을 매개에서 배제하고 순교자를 매개로 삼는다. 한편, 해진은 리순자처럼 남한을 매개로 삼아 자유를 찾아 탈북한다. 하지만 남한에 와서 생활하면서 남한을 매개에서 지워버림과 함께 궁극적인 욕망 또한 바뀐다. 그녀는 남한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하면서 자본주의사회에서의 욕망과 매개를 설정하지만 리순자의 영향을 받아 믿음으로 복귀해 하나님 나라를 꿈꾸며 테레사 수녀를 매개로 삼아 봉사활동에 전념한다. 재은도 리순자의 영향을 입어 북한 사회를 이해하고, 탈북자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려고 애쓴다. 그녀의 욕망은 모두가 평등한 천국의 모습이다. 이를 통해 그녀는 간접적으로 하나님 나라를 꿈꾸도록 했다. 이에 그녀는 봉사의 실천자가 된다. 그리고 브로커는 처음에는 자본주의사회를 향해 욕망을 갖고 자본가의 세계를 매개로 삼는다. 하지만 리순자 자매를 만나면서 욕망을 재설정한다. 그와 함께 그는 하나님 나라를 지향하게 되고, 리순자 자매에서 복음 선교사로 매개를 전환한다. 결국, 욕망의 관계도는 리순자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리순자를 통해 동생 순영과 동료 미란이 영향을 입고, 해진과 재은, 그리고 브로커가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서로 실마리를 만들어가는 관계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리순자는 소설의 중심인물이면서 하나님 나라를 욕망하게 하는 중심 소망을 이끌도록 하고, 순영이나 미란, 브로커, 재은 등은 그녀에게 영향을 입어 욕망을 재설정하고 매개를 바꾸게 된다. 이 과정에서 욕망의 삼각형을 변형하여 소망, 혹은 사랑의 삼각형으로 나아가도록 했다. 이에 따라 인물들은 이타적인 사랑, 분배를 지향한다. 그리하여 연구자는 지라르의 욕망의 삼각형을 변형하여 세속적인 욕망 너머 종교적인 구원과 사랑이라는 ‘분배의 소망’으로 인물들의 최종 목표를 바꾸어 나아가도록 했다. 다시 말하면 이타적인 희생정신을 바탕으로 인물들이 하나님의 나라를 궁극의 목표로 삼도록 했다. 결국 공간적인 경계 넘나들기에서 영적인 소망으로 나아가는 시간 허물기와 지상과 천상을
넘나드는 계기로 작동케 하였다. 그와 함께 본 소설이 기독교 소설로의
경향성을 분명히 하였다. 이는 욕망의 삼각형을 소망의 삼각형으로 뒤집은 결과이다. 또한 필자는 욕망의 삼각형을 글쓰기에서도 그대로 적용하였다. 본 소설이 기독교 소설로서의 가능성을 욕망으로 설정하되 그 목표를 성경으로
보고 기존의 기독교 소설가, 즉 이청준과 김다은을 매개로 삼았다. 이에
성경 문체와 성경의 글쓰기 또한 새로이 논할 수 있게 되었다. 다음 창작 기법으로서의 리듬의 문제이다. 위와 같은 경계 넘나들기의
문학적인 글쓰기를 위해 끌어들인 기법이 리듬이다. 특히, 앙리 메쇼닉의
일원론적 리듬이론을 기반으로 소설이지만 시적 글쓰기의 가능성을 타진했다. 왜냐하면 작가의 주체적 리듬이란 한 행이 가로막는 단절의 벽을 넘어서고, 마침표가 가로막은 한 문장을 넘어서고, 줄 바꿈이 가로막는 한 문단을 넘어서고, 한 작품이라는 단위가 가로막는 한계를 뛰어넘는 담화법이기 때문이다. 이는 랑그를 기반으로 하는 전통적인 리듬이 아니라
작가의 담화(discours)를 기반으로 하는 글쓰기의 넘나들기로, 창작소설의 시니피에와도 부합되는 시니피앙으로 리듬을 설정한 데서 비롯한다. 특히, 앙리 메쇼닉의 리듬이론을 통해 소설을 쓸 때 문체와 리듬의 관계를 정립하게 해주어서 소설창작기법의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었다. 이로써 인물들의 성격이나 의지에 맞는 리듬을 설정하여 그들의 삶, 특히 욕망이나 소망에 따른 인물들의 관계와 리듬이 어떻게 같고 다르게 나타나는가를 보여준다. 가령, 리순자의 경우 기도 리듬이 많다. 처음에는 지하에서 홀로 간구하는 기도의 리듬이었으나 점점 공동체를 지향하는 어법의 리듬으로 바뀐다. 이에 따라 ‘나는’의 반복 리듬에서 ‘우리는’으로 주체가 바뀌는 말의 리듬으로 변한다. 이와 함께 찬송의 리듬이 나오는데, 주어-서술어의 단문형으로 단조롭고 쉽게 따라 부르도록 했다. 순영은 처음에는 서간체 리듬이었지만 미란의 뜻에 따라 리순자의 리듬으로 바뀐다. 미란의 담화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리듬이다.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말씀의 리듬이다. 그리고 그녀는 순영의 리듬을 따라가다가 나중에는 목사의 설교에 감동해 그 리듬을 자기 것으로 채용한다. 소설가의 글쓰기 욕망 또한 리듬을 통해 나타나도록 했다. 등장인물은 작가의 분신이기도 하면서 시대적 인물이다. 따라서 작가의 욕망에 따른
소설 리듬의 문제, 즉 기독교 소설로서의 가능성을 타진해 볼 수 있게 되었다. 결국 연구자는 성경의 글쓰기 리듬, 그리고 매개로서의 기독교 소설의 리듬을 통해 창작 기법을 모색해 보았다. 그리고 이러한 담화 리듬을 이청준이나 김다은의 글쓰기 리듬을 통해 매개로 삼으려 했다. 본 논문은 장편소설 『친애하는 동무들』 속 인물들의 일련의 역정을
추적하는 삶과 그에 따른 문체로서의 리듬을 창작의 기법으로 어떻게 채용하였는가를 살폈다. 그리고 『친애하는 동무들』이 기독교 소설로의 길을 모색하는 가능성을 타진해 보았다. 따라서 본 서술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하나님을 향한 복음의 문제라든가 북한의 지하교회의 실상과 예배 처소의 현실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자 했다. 따라서 하나님 나라에의 소망을 통해서 종교적 구원을 바라는 인물들의 최종 목적을 환기하였다. 기독교 소설로 사랑의 분배와 나눔을 적극적으로 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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