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국가의 위기는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요구한다. 교조에 의해 주형화된 틀이 국가원수 자신의 정치행동을 과도하게 제약하거나 기존의 정치행동을 정당화할 논리적 빈곤에 처하게 될 때 이데올로기적 쇄신을 단행한다. 독재자는 자신에게 집중된 권력을 이용해서 기존의 이데올로기를 재해석하는 방법을 통하여 이를 쇄신하게 된다.
이 연구는 주체사상을 중심으로 본 북한의 역사를 6단계로 구분한다. 1단계는 주체사상의 초창기, 2단계는 정립기인데 이때는 정치적으로 김일성 단독정부 시대(1945-1973)에 해당된다. 김일성이 이처럼 주체사상 정립에 몰두했던 정책의 밑바탕에는 그의 중공업 정책이 있었다. 1970년에 북한이 대남전략을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에서 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혁명으로 바꿨다. 3단계는 김일성-김정일 공동정부 시대(1974-1981)이며 이때 제1차 주체사상총서와 제1차 주체사상에 대하여가 발간되었다. 4단계는 김정일-김일성 공동정부 시대(1982-1994)이며 이때 제2차 주체사상에 대하여(1982)와 제2차 주체사상총서(1985)가 발간되었다. 5단계는 김정일 단독정부 시대(1994-2011)이며 이 기간에 붉은기사상, 선군사상, 강성대국론 등이 출현했고 제3차 주체사상총서(2010)가 중국의 지원으로 발간되었다. 3차 총서의 발간과 같은 시기에 북한의 대남전략이 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혁명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으로 회귀되었으므로 이 논문은 양자 사이의 차이 분석을 중요시 하고 있다. 6단계는 김정은 정부 시대이며 제4차 주체사상총서가 발간되었다. 3단계에서 6단계에 이르기까지의 주체사상의 밑바탕 역시 중공업 정책이었다. 이 연구는 위와 같이 주체사상의 변화과정을 연구하는 중심자료로서 주체사상에 대한 파편적 문헌이 아닌 북한당국이 공식적으로 집대성하여 외부에 공개한 대표적 문헌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
김정은 시대를 맞이하여 발간된 총서인 제4차 주체사상총서는 과거의 총서와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다른 버전으로 씌어진 것이다. 총서의 편찬에 앞서 김정은은 유일사상10대원칙을 현대적 버전으로 개정하는 등 대담한 개혁을 단행했다. 김정은은 김정일과 달리 직접 외국 국가원수 및 외교사절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그 기반 위에서 조선로동당 제7차대회를 개최하여 북한체제의 건재를 대외에 과시했다. 정책적 변화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김정은 체제의 강성대국론과 과학기술정책이다.
주체사상과 관련된 북한의 국제관계도 주목된다021년 현재 중국은, 마치 미국이 남한을 제쳐놓고 북한 제재에 나서고 있듯이, 북한을 제쳐놓고 남한 공략에 나서고 있는데, 중국의 그 대남공략 수단 가운데 주체사상이 포함되어 있다. 지금 북한은 기로에 서 있다. 중국-러시아와의 ‘보호동맹’(protectorate alliance)을 계속적으로 유지할 경우에는 이들 양국에 대한 북한의 종속성이 더욱 증가, 주체라는 용어의 계속 사용이 민망해질 것이다. 따라서 최소한의 자주성이라도 유지하기 위해 지금 김정은은 단번도약이라는 구호까지 사용하면서 경제재건에 주력하고 있다021년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에서는 당 규약을 개정하면서 김일성과 김정일의 이름을 대폭 삭제했다. 일부 학자들은 북한이 대남혁명전략 자체를 포기했다고 주장한다. 그에 대해 비판하는 학자들도 있어서 국론이 양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는 주체사상의 형성과 변화과정을 상세히 분석하는 과정에서 정확하게 판단될 수 있는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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