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적인 사인주의 체제인 북한이 혈연 승계를 통해 권력과 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드문 현상이다. 북한은 국제적인 변화와 국내 환경의 변화와 위기에도 불구하고 김일성 일가의 개인 지배 체제를 지속하고 있다. 본 연구는 북한의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이 체제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 중 정당성 주장에 주목한다. 북한의 3대 통치자의 텍스트는 그 자신의 개인적인 생각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체제와 통치 권력이 정당하다고 인민에게 주장하는 정당성 주장의 도구이다. 1930년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의 2,062개의 연설, 담화, 논문, 서신 등 텍스트에 대해 텍스트마이닝 기법을 사용했다. 특히 LDA 토픽모델링 기법을 사용하여 정당성 주장의 7가지 원천들-국가건설, 통치 이데올로기, 정체성의 이데올로기인 민족주의, 개인적 특성, 퍼포먼스, 국제적 확대, 제도-의 변화를 시계열로 분석하여 북한 체제와 권력의 지속을 설명한다.
북한의 3대 통치자는 체제와 권력을 유지에 위협이 되는 위기들을 극복하기 위해 원천들을 변경하여 정당성을 주장했다. 김일성은 국가건설이라는 업적의 정당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정당성 주장의 원천을 개발하고 활용하여 국내와 국제적 위기들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체제와 권력을 지켜냈다. 승계 권력인 김정일은 고난의 행군이라는 경제적 위기로 처하게 된 체제와 권력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통치 이데올로기를 선군, 국가안보로 변경하여 국가와 인민의 공적 이해가 국가안보임을 강조하여 인민으로부터의 통치자의 정당성 평가 기준, 퍼포먼스 기준을 바꾸어 체제와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김정은은 3대째 승계를 거치며 권력 정당성 자원이 매우 줄어들었다. 김일성과 김정일의 혈통이라는 유전적 요소를 통치자의 자질로 변경한 개인적 특성 정당성 주장을 강화하여 다른 정당성 주장의 원천들을 모두 흡수했다. 통치 이데올로기로 김일성-김정일주의로 변경하여 퍼포먼스 정당성의 기준을 김일성과 김정일이 보여준 인민 사랑인 공적 서비스 제공으로 설정하여 현재의 통치 권력을 지속하고 있다. 이를 통해 김일성은 국가건설의 업적 정당성, 김정일은 국가안보, 김정은은 혈통적 자질로 각각의 정당성 주장의 특성을 설명할 수 있다.
북한 3대 통치자가 위기에 대처하며 정당성 원천을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몇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째, 혈연 승계 권력이 지속될수록 활용 가능한 정당성 주장 원천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김정은으로 이어지면서 통치 이데올로기와 개인적 특성 정당성 주장에 대한 의존이 매우 증가했다. 둘째, 김일성 선대에의 정당성 의존은 개인적 특성 원천이 일상화되는 것이 아니라 혈연 승계를 통해 더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정은은 김일성-김정일주의로 주체사상과 선군사상을 대체했다. 김일성과 김정일 선대의 업적과 역사를 자신의 정당성 주장으로 삼으면서 전면에서 사용되고 있다. 셋째, 권위주의 국가에서 주로 사용하는 정체성의 이데올로기인 민족주의는 세대가 변하면서 정당성 주장의 원천으로 힘을 잃었다. 민족 개념이 남북한에서 북한 인민들로 재정의되었고 김정은은 민족보다 애국주의로 인민 동원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넷째, 통치 이데올로기의 변화를 통해 인민의 퍼포먼스 정당성 평가 기준을 바꾸며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체제와 권력 유지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확인되었다. 사회주의 진영의 변화 속에 김일성은 자신만의 주체사상을 만들어 북한의 일인 권력 체제를 견고하게 했으며, 그 덕분에 공산권이 붕괴하는 상황에서 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다. 김정일은 고난의 행군을 겪으며 통치 이데올로기를 선군으로 변경하여 퍼포먼스 정당성 주장을 경제적 조건이 아닌 국가안보로 공적 이해를 변경시켰다. 김정은은 강력한 경제제재라는 환경과 짧은 승계 기간의 어려움에서 통치 이데올로기를 김일성-김정일주의로 삼아 부족한 권력 자원을 방어했다. 김일성-김정일주의 통치 이데올로기를 기반으로 인민에 대한 사랑을 퍼포먼스 정당성의 기준으로 바꾸어 국가와 통치자의 역할을 공적 서비스 제공으로 국가와 통치자의 영역을 한정했다. 마지막으로 아직 북한이 사회주의 정상국가의 기준이 되는 당 제도에 의존하는 변화를 발견할 수는 없었다.
90년 동안 북한 통치자들의 텍스트에 대한 토픽모델링 기법을 적용해 북한 체제와 권력이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를 정당성 주장의 변화로 설명하여 북한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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