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후계 기간을 포함해 집권 10년 동안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의 통치 리더십을 주제로 연구한다. ‘김정은 리더십의 원천은 무엇이며 그 법적, 제도적 정당성은 어디서 기인하는가’라는 연구 질문에서 출발해 그 특성과 동학(動學, dynamics)을 규명해보고 김정은 체제가 향후 지속가능한 리더십을 유지, 발전시킬 수 있느냐는 질문에 답한다.
김정은 리더십을 분석하는 틀로 첫째, 북한의 내적 통치 이론체계인 수령론과 후계자론을 연구했다. 둘째, 서구 리더십 이론 가운데 번즈(Burns, J. M.)의 ‘변혁적 리더십(transformational leadership)’을 적용했다. 특히 변혁 리더십 이론에 윤리·도덕적 요소가 가미된 보다 진화한 이론 틀인 바스(Bass, B. M.)의 ‘유사(pseudo) 변혁 리더십’ 이론이 권위주의 혹은 독재국가 지도자의 리더십 분석에 적합한 요소를 갖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이를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북한의 수령 독재와 권력세습 논리를 담은 이론 틀과 서구 리더십 이론을 교차 적용하는 새로운 연구방법을 통해 김정은 리더십을 입체적이고 다각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시도를 했다. 또 중견 전문가 패널 30명이 참여하는 델파이(Delphi) 분석을 병행함으로써 보다 실증적인 연구가 될 수 있도록 했고, 이를 통해 북한 연구의 방법론적 지평을 넓혀 보려 시도했다.
집권 기간 김정은의 리더십의 양태나 변화를 들여다보기 위해 △후계자 시기 (후계 내정 및 추대~김정일 사망) △권력 과도기 (집권~2016. 5. 노동당 7차 대회 직전) △권력 공고화기 (당 7차 대회~현재까지)로 시기를 구분해 통치 활동의 특성을 분석했고, 리더십의 다이내믹스를 보다 면밀하게 관찰하기 위해 별도로 하나의 장(章)에서 집중적으로 다뤘다. 후계자 기간 연구에 청소년기를 포함한 것은 김정은의 리더십을 형성하는 데 있어 10대 시절 수년 간의 스위스 유학이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연구 결과 김정은의 통치 리더십은 자신의 실력이나 풍모·역량보다는 이른바 ‘백두혈통’이라 불리는 김일성 일가의 혈연에 의해 구축되고 세습된 ‘정통성(legitimacy)’이 부여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본 연구가 문헌 조사 외에 보다 실증적인 결과 도출을 위해 시행한 델파이 조사에서도 확인, 검증된다. 또 김정은의 통치 스타일이나 리더십 행태를 심층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그의 리더십이 ‘유사 변혁적 리더’의 전형임을 입증했다.
김정은 리더십은 후계논리에 따른 선대로부터의 권력 획득과 카리스마의 차용과 상징조작 같은 요소로 볼 때 전통과 기존 경로에 의존하는 특성을 보인다. 그러면서도 ‘인간의 모습을 한 수령’과 ‘잘못을 자인하는 지도자’의 이미지를 구현하는 등 이전 지도자와 차별화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김정일 선군정치의 기원을 과장·왜곡한 시도에 대해 과감히 시정을 지시하고, 선군절(85)을 사실상 폐지토록 함으로써 ‘조작된 신화’로부터의 탈피를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도 본 논문의 연구 과정에서 북한 내부 문헌을 통해 확인했다.
종합적으로 분석해보면 김정은의 리더십은 ‘애민(愛民)형 수령 독재’로 규정될 수 있다. ‘애민’은 본질적으로 수령 독재와 길항(拮抗, antagonism)적 성격을 띠는 데, ‘애민 독재’라는 다소 역설적 조합은 김정은 체제 들어 수령 독재의 한계 노출에 따라 엘리트와 주민에 소구(訴求)하며 애민의 외피를 두르려는 경향이 높아진 현실을 반영한다. 서구 리더십 이론을 적용한 김정은의 통치 리더십 분석의 경우 ‘유사 변혁 리더’로 규정될 수 있는 특성이 추출됐다. 김정은 리더십의 특질을 반영한 이들 네이밍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은 통치 활동에서 최고지도자가 가져야 할 덕목 가운데 하나인 ‘윤리·도덕’의 결핍이었다. 유사 변혁 리더로 김정은을 규정한 것은 그의 리더십에서 ‘변혁적’ 리더십 특성이 발견되고 있지만, 그것이 구성원(엘리트와 주민)과 리더의 공존과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이고 착취적인 양상을 띤다는 점 때문이다.
북한 체제의 내구성이나 미래 전망과 관련되는 ‘김정은 리더십의 지속 가능성’ 문제는 보다 실증적인 결과 도출을 위해 델파이 분석을 통해 연구를 수행했다. 그 결과 김정은 리더십의 긍정적 요인으로는 ‘애민정치’와 ‘민생’이 꼽혔다. 리더십에서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는 건 ‘경제난’과 ‘공포정치(숙청)’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델파이 조사를 통해 흥미로운 결과도 도출됐는데, 김정은 이후 북한 권력체제와 관련해 4대 세습 가능성을 비교적 많은 전문가가 ‘가능하다’고 답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김정은의 자녀가 나이가 어리고 김정은 건강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인해 여동생 김여정으로의 ‘수평적 세습’(이를 본 논문에서는 3.5대 세습으로 개념화)이 현실적으로 가능할 수 있는 대안이란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북한이나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칠 중대 변수로는 북한 비핵화와 미·중 패권경쟁 등에 의견이 수렴됐고, 정부가 대북 문제와 관련해 초당적 협력과 남남갈등 해소책 마련에 나서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정책 제언이 나왔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