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1945년부터 2020년까지 북한 살림집의 변화과정을 건축적 측면과 사회문화적 배경을 중심으로 분석한다. 살림집의 변화과정은 사회주의 이념, 정책, 법과 제도, 건축기술 최고지도자의 건축취향, 주거의식의 변화 등의 요인들이 상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에 본 논문은 통시적으로 각 요인들의 복합적 관계성을 밝히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사회주의 이념이 반영된 건설정책과 법제를 살펴보고 살림집 기초형성기(1945-1960년대), 살림집 발전 및 혼란기(1970년대-2000년대 중반), 살림집 성숙기(2000년대 후반-2020년)로 구분하여 각 시기별 북한의 살림집 건축의 변화양상과 요인을 살펴보았다.
해방 이후 소련은 사회주의 정책, 건축기술, 건축양식 등 북한의 도시와 농촌의 살림집 건설의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건축 외형적 측면에서는 단층 살림집에서 지붕 등 전통적 주거양식이 유지되었다. 다층 살림집은 신고전주의 양식이 건물 입면에 구현되기도 하였으나 공업화정책과 대규모 건설에 따라 실용적 입면으로 변화를 보였다. 소구역 계획의 영향으로 도시는 5층 높이의 살림집이 건설되고 농촌 마을계획의 영향으로 농촌은 4층 이하의 소층 살림집이 건설되었다. 실내공간 측면에서는 단층 살림집에서 통과방으로 계획되었으며 다층 살림집에서 복도중심형으로 계획되었다. 벽장이나 위생실의 외부 배치 등 전통적 주거양식이 공간에 반영되고 소련의 주거양식과 절충되는 형태로 변화를 보였다.
1970년대 이후 도시 살림집은 미끄럼식공법 등 기술적인 요인과 김정일의 다양성, 입체성, 통일성 등의 건축취향으로 초고층화 되는 경향을 보였으며 살림집의 배치와 건축 입면이 다양한 형태로 계획되었다. 농촌 살림집은 사회주의 이념인 도농격차의 해소에 따라 층수에 변화는 없었으나 입면이 현대화 되는 경향을 보였다. 중앙난방의 영향으로 다목적공간인 전실이 계획되고 부엌이 입식화 되면서 식사 등 살림방에서의 행위들이 전실에서 이루어지게 되었으며 주거환경의 개선과 주민생활에 영향을 주었다. 공간이 분화되고 가구와 가전이 발달하면서 벽장 등 전통 주거양식이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2000년대 후반 평양시 10만세대 건설과 함께 살림집 공급이 재개되었으며 살림집 건축에 여러 변화가 있었다. 특히 김정은 집권 이후 70층 높이의 살림집 건설과 녹색건축의 구현 등은 제재 속에서 체제과시와 사회주의 우월성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입면은 이념의 구현, 다양한 장식물의 활용, 색채와 마감재료 등의 영향으로 더욱 화려해졌다. 공동살림방이 계획되면서 가족중심 공간으로써 역할과 함께 공간이 더욱 분화되고 개인화 되는 경향을 보였다. 식사공간의 도입과 부엌과 현관의 인접 배치 등은 가사노동을 줄일 수 있는 요인이 되었다.
한편 시장화 이후에는 살림집이 거주에서 소유개념으로 변화하고 신분 변화에 따른 주거의 계층화 현상이 본격화되었다. 북한 주민들은 인테리어나 화려한 살림집 외형을 통해서 자신의 재력을 과시하려는 경향이 있으며, 생활 변화에 따른 다양한 주거욕구가 살림집 건설에 반영되는 추세이다.
북한 살림집은 해방 이후 많은 변화를 보였으며 도농격차 해소, 인민생활 향상, 지방특성 등 사회주의 이념과 민족적 형식에 사회주의적 내용이라는 주체건축을 살림집을 통해 반영해왔다. 이러한 원칙은 이후에도 일정부분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세계적 추세를 따르려는 김정은 시기의 건축 특성은 이후 살림집의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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