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의 목적은 북한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문학 교육의 실상을 정확하게 파악하는데 있다. 이를 위하여 본 연구는 1984년 개편된 고등중학교 4~6학년 『국어문학』 교과서의 ‘문학’ 영역과 1997년 개편된 중학교 4~6학년 『문학』 교과서를 비교하여, 북한의 문학 교과서 개편 과정에서 나타나는 변화 양상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먼저, Ⅱ장에서는 북한에서 해방이후 국어 교육이 어떠한 변화를 겪어왔고, 또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교육과정의 변화를 중심으로 사적으로 살펴보았다. 그리고 Ⅲ장에서는 북한 문학 교육의 이론적 배경이라 할 수 있는 주체문예이론과 북한 문학 교육의 성격과 내용을 살펴보았다. Ⅳ장에서는 북한의 『국어문학』 교과서와 『문학』 교과서를 ‘김일성 교시’와 ‘김정일 말씀’, 단원 구성 체제, 문학 이론 단원, 문학사 단원 및 수록 작품의 유형 측면에서 비교 ․ 분석해 보았다.
본 연구는 북한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온 중심 사건 두 가지에 주목하였다. 그 첫 번째가 1980년 김정일이 김일성의 후계자로 공표된 사건이고, 두 번째가 1994년 김일성이 사망한 사건이다. 『국어문학』 교과서는 김정일이 후계자로 공표된 후인 1984년에 개편되었고, 『문학』 교과서는 김일성이 사망한 후인 1997년에 개편되었다.
북한에서는 최고지도자인 김일성과 김정일의 어록이 인민들을 사회화하는 과정을 거쳐 사회를 움직이는 구조로 작동하고 있는데, 인민들의 사회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교육이다. 따라서 『국어문학』 교과서와 『문학』 교과서에도 학생들을 사회화하기 위해 김일성과 김정일의 어록을 수록하고 있는데, 교과서에 수록된 ‘김일성 교시’와 ‘김정일 말씀’은 교육 내용을 규정하고, 교과서의 내용을 전개시키는 기준 또는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김정일이 후계자로 공표된 이후 1984년 개편된 『국어문학』 교과서에는 ‘김일성 교시’와 ‘김정일 지적’이 비슷한 비중으로 수록된다. 이후 김일성 사망후인 1997년에 개편된 『문학』 교과서에는 ‘김정일 말씀’의 수록 비중이 ‘김일성 교시’의 4배 이상 증가하게 된다.
김정일은 김일성의 후계자로서 새로운 사상을 창시하는 것이 아니라 김일성의 사상을 해석하여 정식화, 이론화, 체계화시킴으로써 사상을 계승하는 영도자의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1964년 문학예술부문에 대한 지도를 위임받게 된 김정일은 이 시기부터 문학예술에 관한 수많은 저작을 발표하면서 북한의 주체문예이론을 만들어나간다. 북한 주체문예이론의 대표 저서인 1975년 발행된 『주체사상에 기초한 문예리론』은 김일성의 교시를 바탕으로 하되, 1972년부터 하달된 김정일의 지시를 종합하여 발간한 것이고, 1992년 발행된 『주체문학론』은 자신의 문예사상과 이론을 집대성하여 본인의 이름으로 발간한 것이다. 그러나 결국, 북한의 주체문예이론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문학에 대한 기본 관점을 유지하면서, 시대적 변화에 따른 김정일의 문예관의 변화가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국어문학』 교과서와 『문학』 교과서에서 ‘김일성 교시’는 주로 문학사 관련 단원에 수록되어 사상정서교양을, ‘김정일 말씀’은 『국어문학』 교과서에는 주로 문학 이론 단원에, 『문학』 교과서에서는 전 단원에 고르게 수록되어 주로 지식기능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김일성에서 김정일로의 변화는 ‘김일성 교시’와 ‘김정일 말씀’의 변화를 바탕으로 『국어문학』 교과서에서 『문학』 교과서로 개편되면서 문학 이론 단원과 문학사 단원, 수록 작품 유형 등에서도 여러 가지 변화를 보이게 된다.
북한 문학사 및 이론에 대한 기술은 1970~1980년대는 『주체사상에 기초한 문예리론』(1975)에, 1990년대 이후는 『주체문학론』(1992)에 근거하게 된다. 따라서 문학 이론 단원에서 나타나는 문학 용어 및 수록 내용의 변화, 문학사 단원에서 나타나는 고구려와 발해 문학의 강조, 후기신라에 대한 언급, 시조 문학에 대한 자세한 수록, 실학파 문학의 우수성 인정, 비판적사실주의문학에 대한 균형 있는 평가, 계몽기 문학사의 수록, 김정일 친필활동에 대한 기술 등의 변화는 김일성에서 김정일로의 변화, 『주체사상에 기초한 문예리론』에서 『주체문학론』으로의 변화가 반영된 것이다.
1997년 개편된 『문학』 교과서에는 새롭게 47편의 작품이 수록되는데, 서정서사갈래의 작품 5편을 추가하여 『국어문학』 교과서보다 다양한 갈래의 작품을 균형 있게 수록하려는 노력이 나타났으며, 고대중세문학과 해방전 진보적문학을 제외한 작품의 48%가 충실성 교양을, 36%가 사회주의도덕 교양을 주제로 하고 있어, 충실성 교양과 사회주의도덕 교양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작품 선택의 기준으로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충실성 교양 주제의 작품 중 김일성에 대한 충실성을 주제로 하는 작품의 경우도 김정일의 위대한 풍모와 충성심 고취에 해당하는 부분을 교과서에 수록하고 있고, 김정일의 어머니인 김정숙에 대한 충실성을 주제로 한 작품도 두 편이나 추가되면서 김정일 중심의 충실성 교양이 강화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김정일은 1980년대 ‘조선민족제일주의정신’을 주창하기 시작하여, 『주체문학론』(1992)에서는 ‘주체성’과 함께 그 연장선상에서 ‘조선민족제일주의’를 강조한다. ‘조선민족제일주의’는 북한식 사회주의의 우월성 함께, 우리 민족문화유산의 우수성 역시 강조하고 있는데, 우수한 민족문화유산이 풍부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김정일은 『주체문학론』(1992)에서 ‘유산과 전통’을 중요하게 언급하며, 그동안 강하게 비판해오던 작가 및 작품에 대해 유연한 시각을 가지게 된다. 이와 함께 김정일은 『주체문학론』(1992)에서 1980년대부터 강조해 온 평범한 근로자이며 주변의 보통 인간인 ‘숨은 영웅’을 잘 형상화할 것을 요구한다. 김일성과 김정일에 대한 충실성을 기본으로 하는 주체문학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1980년대 이후 나타나기 시작한 사회주의 현실 주제의 작품 창작과 ‘조선민족제일주의’에 대한 강조가 『문학』 교과서의 작품 선택 기준으로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이상과 같이 『국어문학』 교과서에서 『문학』 교과서로의 개편에서 나타나는 일련의 변화들은 김일성의 후계자였던 김정일이 김일성 사후 북한의 최고지도자에 오르면서 김일성에서 김정일 중심으로의 변화가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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