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북한의 제도의 등장과 부패유형 변화에 관한 두 개의 분석기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탈북자 심층면접을 통한 질적 연구와 제도와 부패유형 변화에 대한 양적 연구를 수행하였다. 함께 실시한 연구기법은 연구 결과에 대해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성립하여 연구결과에 신뢰성을 확보하였으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1990년을 기준으로 소련을 포함한 동유럽 국가의 붕괴나 체제전환 은 사회주의 체제의 모순에 의한 것으로 북한에게는 생존에 관한 외부 환경의 변화인 동시에 남한에는 통일의 기회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붕괴하거나 체제전환을 경험한 다른 사회주의 국가를 지켜본 김일성은 1990년부터 사망하기까지 북한의 외교활동에 집중하였다. 북한 내 부패현상이나 체제를 유지하는 역할은 김정일이 담당하였다. 김정일로의 세습과정과 국제정치사적 환경의 영향으로 두 리더는 국제 문제와 국내 문제에 대한 역할분담이 정확히 나누어져 있었다. 김일성과 김정일 노작에 나타난 현지지도의 내용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당시 북한의 부패에 대한 김정일과 김일성의 교시 내용은 관료의 비사회주의 행동들이 체제에 대한 반기를 드는 반사회주의 현상으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하였다. 1990년에는 시장에서의 경제활동 자체가 비사회주의 현상으로 간주되었으나 점차 자력갱생을 위한 활동으로 인정되었다.
둘째, 북한 내에서 발생하는 부패를 발생시키는 동인 중에 정치 제도와 경제 제도와의 연관성 검증에 있어서 북한에 등장하는 제도의 성격은 ‘통제의 강화와 이완’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정치 제도와 경제 제도는 당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정책의 방향에 맞게 제도가 등장하는데 이러한 강화와 이완의 반복적인 제도의 등장은 북한 주민에게 제도 등장에 대한 내성(tolerance)을 가지게 하여 제도의 성공기회를 감소시켰다. 이러한 패턴을 가지는 제도의 등장은 북한에서 인지하지 못하는 부패의 확산효과를 이끌었고, 부패유형 변화에 제도의 등장이 서로 연관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셋째, 북한의 정치 제도인 김일성과 김정일 현지지도에서 언급한 반부패 관련 노작을 기초로 분석을 실시한 결과 상이한 결과를 도출하였다. 노작이나 문헌에 나타난 김일성의 현지지도는 부패유형 변화와 관련해서 설정한 귀무가설을 기각하는데 실패하였다. 다시 말해, 김일성의 반부패 언급은 북한 사회에 부패유형 변화와는 관련이 없음을 의미한다. 반면에, 김정일의 현지지도의 경우는 부패유형 변화에 대한 귀무가설을 기각하는데 성공하여 부패유형 변화에 일정한 관련이 있음을 증명하였다. 그러나 이 결과는 김정일의 현지지도에서 언급한 반부패언급이 부패를 감소시키는데 기여한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김정일의 현지지도 유무에 따라 소수에 의해 일상화된 후원자 관계부패가 소수에 의한 비일상화된 연고주의 부패로 이전됨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한 마지막 정치제도인 김일성 헌법은 김일성 현지지도와 마찬가지로 부패유형 변화와 연관성에 대해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지 못하였다. 요약하면, 3가지 정치 제도 중에서 부패유형 변화와 연관성이 있는 것은 김정일 현지지도(Pearson Chi-square 9.658, Sig 2-tailed 0.0217) 뿐이다.
넷째, 북한의 경제제도와 부패유형 변화에 관한 분석에서는 중요한 결론을 도출하였다. 소위, 고난의 행군시기에 등장한 경제적 공식 제도인 식량배급제의 붕괴는 북한 부패유형 변화에 대한 귀무가설을 기각하였다. 공식 제도인 식량배급제 붕괴 자체를 공식 제도로 받아들여 개별적인 경제 활동을 확산시키는데 기여했으며 식량문제가 북한 경제문제에 주요 원인임이 밝혀졌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 북한의 제도는 부패현상으로 나타나는데 2년이라는 시차가 존재함을 고려했을 때, 북한의 식량배급제라는 공식 제도의 붕괴는 1990년 이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경제 제도인 7∙1조치는 식량배급제의 붕괴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부패유형 변화에 관한 귀무가설을 기각하는데 성공하였다. 두 변수의 연관성을 나타내는 카이스퀘어 값(Pearson Chi-square)이 8.763과 유의확률(Sig 2-tailed)0.0326으로 도출되어 귀무가설을 기각하는데 성공하였다. 한편, 화폐 개혁과 부패유형 변화에 대한 결과는 가장 큰 연관성이 있음을 보였다. 두 변수에 대한 카이스퀘어 값(Pearson Chi-square)은 22로 나왔으며 유의확률(Sig 2-tailed)은 0.0000634로 두 변수에 관해 설정한 귀무가설을 기각하는데 성공하였다. 요약하면, 3가지 경제 제도 중에서 부패유형 변화에 연관성이 높은 제도는 화폐개혁(Sig 2-tailed 0.0000634), 식량배급제 붕괴(Sig 2-tailed 0.0117), 7∙1조치(Sig 2-tailed 0.0326)순이다.
다섯째, 본 연구에서 인터뷰를 통한 질적 분석과 통계 기법을 통한 양적 분석을 통해 북한에 제도의 영역과 행위의 영역에 괴리가 존재하며 그 괴리는 다른 사회주의 국가와 마찬가지로 취약한 제도에 기인한 구조적 모순에 의한 것이라는 결론을 도출하였다. 체제가 붕괴하거나 전환을 경험한 국가들은 제도의 영역과 행위의 영역의 괴리를 극복하지 못했으나 북한은 그 괴리를 ‘시장’이라는 경제주체가 존재하고 있었다. 초기 형태에 시장의 존재는 고질적인 경제난을 극복하는 수단인 동시에 체제유지를 위한 자금의 통로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의 존재가 북한의 통제기제가 강화되거나 반사회주의 현상인 탈북의 행렬이 이어져도 부패로 인한 체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것이다. 즉, 시장이 부패의 역기능을 상쇄하고 있는 것이다.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상납과 경제구조가 연동되는 한 북한에서 부패로 인한 붕괴의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북한은 다른 저개발 국가와 마찬가지로 부패가 체제에 순기능 효과를 가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단지 부패의 순기능은 한계점(optimal point)이 존재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북한의 부패유형이 소수에 의한 비일상적인 현상에서 다수에 의한 일상적인 현상으로 이전되는 동태성을 가지는 것으로 보아 일시적으로 다수에 의한 부패 현상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존재해서 체제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요소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여섯째, 본 연구에서 사용한 6개의 제도의 등장과 시장의 현상간의 시차를 유추할 수 있었으며, 각 제도들의 부패유형 변화에 유인도 각각 평가하였다. 그 결과, 식량배급제의 붕괴와 7∙1조치는 부패유형 변화에 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식량배급제의 붕괴는 본 연구 분석 기준인 1995년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7∙1조치와 더불어 부패에 일정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본 연구에서는 본 연구의 분석 대상인 북한의 제도뿐 만 아니라 부패유형 변화에도 일정한 패턴이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일반적으로 북한 사회에서 발생하는 부패유형은 다수에 의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시장 부패가 아닌 소수에 의해 일상화된 후원자 관계 부패와 소수에 의해 비정기적으로 행해지는 연고주의 부패가 주를 이루었다. 이는 북한의 열악한 인프라 구조에 대해 세금의 성격이나 행정 처리에 대한 보답인 비공식적 거래(corruption)가 북한 체제유지에 중요한 자금동원수단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나타난 것이다. 이는 북한만이 가지고 있는 특수성으로 시장이 체제유지에 기여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렇듯, 북한에서 정치와 경제와의 연결고리는 부패가 발생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한 셈이다. 북한은 계급에 따라 이원화된 제도를 적용하여 사회를 통제하였다. 그러나 시장이 등장하면서 제도의 영역과 행위의 영역사이에 존재하는 괴리가 시장이라는 곳에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게 되었다. 당국으로 받은 남은 식자재나 받은 뇌물은 시장에서 시장가격과 국정 가격과의 차익을 실현시켜주는 역할을 담당한 것이다. 일상화된 소소한 부패에서부터 비일상화된 큰 부패에 이르기까지 시장을 중심으로 북한의 부패는 자리잡았고 반사회주의 현상을 이끄는데 견인차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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