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
헌법 전문과 헌법 제3조, 헌법 제4조 등을 종합적 해석할 때, 평화통일정책 수립 및 추진은 중앙정부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헌법상 책무라고 볼 수 있다. 통일이라는 자칫 거창해 보일 수 있는 이슈는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결국 거주하고 있는 바로 일상생활 영역, 즉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변화에서 비로소 피부로 느끼게 된다는 점에서 통일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한편 북한의 지방자치제도를 살펴보면, 정치적으로는 실질적인 의미에서의 지방자치가 이루어지지는 않았으나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한계로 인한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지방의 분권적 경제체제를 인정해 왔으며, 이러한 경제적인 측면에서 지방분권의 경험은 향후 남북통일과정에서 남북 지방자치단체간의 협력·지원 또는 남한 지방자치단체의 대북교류·협력사업에 있어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미 우리보다 먼저 통일을 이룬 독일의 경우 통일 전부터 동서독 지방자치단체간의 교류를 통해 상호 이해를 도모하였다. 동서독 지방자치단체간의 교류는 주민 상호간 접촉을 통해 유대감을 증진시키고, 서독 주민으로 하여금 통일문제를 내 문제로 보려는 인식의 전환을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동독 내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불러일으켜 결국 동독 주민들의 민주혁명과 그로 인한 통일을 이루는 데 큰 기여를 하기도 했다. 또한 본격적인 동서독간의 통일 과정에서는 동서독 지방자치단체간 자매결연을 통한 서독 지방자치단체의 동독 지역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행정협조는 동독 지역 신설 지방자치단체들이 조기에 안정화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무엇보다 통일 과정에서의 남북간의 교류는 그 물적·인적 광범위성으로 인하여 중앙정부 차원에서 단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필연적으로 각 지역의 남북지방공무원 및 주민들의 교류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미리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및 주민들에게 북한 및 통일에 대한 전문성과 통일 역량을 길러줄 필요가 있으므로 남북교류협력에 있어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확대할 필요성이 크다.
이미 지난 10여 년 동안 지방자치단체들이 상당한 수준의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수행해왔다. 그러나 그동안의 지방자치단체의 남북교류협력사업 추진 현황과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등 법제 및 자치법규를 살펴보면, ① 지방자치단체의 구체적인 통일 및 남북교류협력사무처리 권한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의 부재, ② 지방자치단체의 전문성 부족, ③ 지방자치단체장의 독단적 추진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정비가 부족, ④ 지방자치단체의 재정확보의 어려움 등의 문제가 있었다.
이에 통일 과정에서 우리 지방자치단체의 북한 협력·지원의 확대를 위해서는, ① 지방자치단체의 남북교류협력사무 처리의 포괄적 근거 규정을 마련하여 남북교류·협력사무의 주체로서의 지방자치단체의 지위를 인정하고, ② 지역적 민주적 정당성을 지닌 지방자치단체의 특징을 고려하여 국가에게 지방자치단체의 남북교류·협력사업에 대한 협조의무를 부여하고, ③ 지방자치단체장의 독단적인 남북교류·협력사업 추진을 막고 주민의 참여의 기회를 확대하며 지방자치단체 상호간 협력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법률과 조례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또한 ④ 중앙정부 산하에 지방자치단체의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종합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지원센터를 마련하고, ⑤ 중앙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간의 갈등을 예방하고 조정하기 위한 중앙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간의 협의체를 신설하고, ⑥ 국가의 재정지원의무에 관한 일반적인 근거 규정을 마련하는 등의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 또한 각 지방자치단체의 지역 내에 거주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들에 대한 정착지원과 사회적응에 대한 지원은 향후 지방자치단체의 남북교류·협력사업에 있어서 북한과 북한 주민들을 이해하는데 매우 유용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착지원에 대한 사무를 종전의 국가의 단독사무에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공동사무’로 전환하는 등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관여를 강화할 필요도 있다.
한편 통일 후를 상정해 볼 때, 급격한 통일과 점진적 통일을 구분하여 살펴볼 수 있는데, 어떠한 경우에든 기본전제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중심으로 한 통일이어야 할 것이며, 북한 지역에도 민주적 지방자치제도를 가급적 조속히 수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역시 우리 지방자치단체의 북한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협력·지원이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미리부터 각 지방자치단체에 통일 전문 행정인력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
통일의 시기와 방법은 예측하기 어려우나 남북간의 국력격차가 갈수록 더욱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와 같은 남북의 분단은 분명 어떤 방식으로든 변화될 수밖에 없다. 즉 통일은 이제 시대적 사명을 넘어 시대적 필연이다.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고 통일 대비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특히 북한 지방자치단체, 북한이탈주민 등에 대한 협력·지원 가능성을 공법적 관점에서 고찰하고 법제적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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