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의 주요 목적은 1990년대 북한-대만 관계의 흐름을 재구성하는 동시에 이를 중국-대만 관계, 즉 양안관계와 연결하여 해석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은 중국이 북한-대만 관계에 대해 정치적·경제적으로 유의미한 영향력을 행사했는가를 살펴보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논문은 북한-대만-중국 간의 상호견제 관계를 전략적 삼각관계이론을 원용하여 분석하는 형태로 구성될 것이다. 이를 위해 북한-대만-중국의 전략적 삼각관계에서 우선 ‘북한-대만 관계’를 중심으로 분석틀을 만들고 그것의 역사적 의미와 대만의 대외전략에서 가지는 의미를 재정의하고자 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대만이 동북아시아에서 남북한과 양안관계의 교차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전제하고자 한다.
시간적 범위는 한중 수교의 계기가 되었던 “1982년 중국민항기 피랍사건”부터 2000년 한국-대만 관계 복원, 북한-중국 관계 회복까지로 설정하였다. 2000년 이후의 “북한-대만” 관계와 “양안관계”는 기존의 구조에 많은 변화가 발생했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부연설명하기로 한다.
본 연구는 다음의 세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다. 첫째, 동아시아의 분단된 약소국인 북한과 대만이 1982년~2001년 사이 기간에 어떻게 강대국을 상대로 국익을 추구했는지를 분석한다. 둘째,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대만의 한반도정책이 적극적으로 변화의 필요성에 직면한 배경을 고찰한다. 대만은 나중에 북한 문제 해결 과정에 한국 및 주변국가와 함께 동참함으로써 대만의 국제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는 한반도정책을 모색해야 했었다. 셋째, 새로운 동북아 질서에서 북한-대만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는 비정치적 대외전략을 제안한다.
최근 동아시아 지역의 각 분단체제는 “권력 비대칭” 상황에 놓여있다. 이 상황에서 분단체제에 속한 약소국은 각각 “편승(bandwagon)”, “협력(cooperation)”, “균형(balance)”의 대외정책을 모색하게 되었다. 그런데 북한-대만 관계는 남북관계 및 양안관계의 교차관계에서 무시할 수 없는 구성요소인 동시에 남북한과 양안관계 사이에서 갈등과 협력의 교착관계를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북한이 한중수교로 인해 전개되는 상황을 견제하기 위해 대만과 적극적인 관계를 만들어 나갔다는 점과 함께 대만도 동아시아에서의 고립을 탈출하기 위해 “북한카드”를 사용했다는 점이 바로 이러한 상황을 반증한다.
북한-대만 관계에 대한 연구에는 북한과 대만의 내부 및 외부 요소, 그리고 양안관계, 남북관계 등의 부분도 포함되어야 하나 이에 대한 선행연구는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북한-대만 관계의 진정한 연구를 위해서는 양안관계의 발전, 대만의 대외정책, 남북한 관계, 북한의 대외정책 등 영역이 함께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다음과 같은 연구방법을 취하고자 한다.
첫째, 본 논문의 주요 연구방법은 “문헌분석(documentary analysis)”이다. 대만과 한국에서 발행된 기존의 북한-대만 관계에 관한 연구논문, 단행본, 신문기사 등을 통해 분석한다. 북한에서 발행된 자료 중에 대만에 관한 자료가 거의 없으므로 당시 북한의 대외전략에 관한 한국연구학자의 자료를 인용해서 당시 북한이 대만과 접촉한 동기, 전략 등을 재분석할 것이다. 또한 한국에 관한 선행연구에서 당시 북한-대만 간의 관계가 많이 다루어졌지만 1998년 핵폐기물 이전협의 이후의 북한-대만 관계에 관한 부분은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대만정부의 간행물에서 북한을 언급한 공식 자료나 열람 가능한 외교문서 등을 인용하여 본 논문의 참고문헌으로 구성한다.
둘째, 신(新)현실주의와 국제정치 등 이론을 이용하여 본 논문의 분석모델 구성을 시도한다. 먼저 대만과 북한의 약소국(weak state) 지위를 설명하고 기존 내‧외부의 환경요소를 분석하여 중국이 직면한 비대칭관계 구조를 도출한다. 또한 월츠의 이론을 바탕으로 소국(small state)의 대강대국 동맹관계와 상호관계를 정리하고 약소국이 직면한 강대국과의 협력 및 대립 카드에 대해 제3국을 통한 전략을 분석하고자 한다. 주로 디트머의 “전략적 삼각관계”를 중심으로 분석을 진행하며 이론으로 분석할 수 없는 북한-대만 관계 부분은 별도로 설명한다.
셋째, 북한-대만이 중국으로부터 지리적, 정치적 영향을 받으며 구축한 균형전략에 대한 분석틀을 구성한다. 도출된 약소국 비대칭 대외전략 모델을 이용해서 당시 대만 외교모드의 전환기를 다시 설명하고 북한과의 접촉‧교류 과정을 이론적으로 분석한다.
결과적으로 2000년까지 대만은 국민당 고위인사, 입법위원, 당 기업, 민간업체 등을 통해 북한과의 관계를 유지하였다. 2008년에 이르러서 북한과 대만은 대화 창구를 설립하고 안정된 대화통로를 만들었지만, 대만민간회사의 무기부품 밀수, 그리고 미국의 개입 등 문제가 발생함에 따라 북한과 대만 간의 관계는 제한적인 실리관계로 축소되고 말았다. 최근 대만의 북한산 광물자원 수입을 비롯한 교역은 증가 추세에 있으며, 대만 내부적으로 2016년의 새로운 정권이 들어선 이후 양안관계가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있음에 따라, 북한-대만 관계의 개선, 또는 진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대만에서 한반도를 연구하는 한국학이 있으나 주로 한국의 어학 및 문학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북한문제에 관해서는 “무관심”하다고 할 정도로 연구의 관심도가 낮은 수준이다. 다시 말해서 대만의 한국학 연구에서 북한에 관한 연구 항목은 매우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또 현재 대만에 “동아연구”, “대륙(중국)연구,” “일본연구”, “동남아연구” 등 여러 연구주제가 있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북한연구를 포함한 “한국학연구”는 그 비중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동북아와 동남아 사이에 있는 대만은 분단지역이자, 지정학적 중요성을 가진 한반도 지역에 관한 전반적인 연구를 통해 함의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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