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의 목적은 북한의 경제특구를 활용한 대외개방정책이 다른 사회주의 체제들과 유사체제 비교의 관점에서 어떠한 유사점과 차이점을 갖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사회주의의 위기 속에서 사회주의 체제들은 체제전환, 체제변형, 체제유지라는 상이한 경로를 선택했다.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소련을 비롯한 중동부 유럽 국가들은 전면적인 체제전환을,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 사회주의국가들은 체제변형을 겪고 있다. 반면 북한은 극심한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다른 사회주의체제들과 유사하게 경제특구정책을 활용해 대외개방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개혁개방을 통해 성공적으로 경제발전을 하고 있는 중국, 베트남과는 상이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인민경제 향상을 위한 경제발전전략을 대내외에 공포하였다. 경제강국 건설을 위한 6․28 조치 등 ‘우리식경제관리방법’으로 대표되는 대내적 개혁정책과 함께 경제개발구라는 대외개방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새로운 경제정책과 관련된 연구들은 핵․미사일 고도화로 인한 대외환경의 악화에 주목해 북한의 경제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결과를 예상하는 연구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일련의 개혁․개방 조치들에 대해, 김정은의 대외개방에 대한 의지가 크지 않으며 주민의 동요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으나, 과거와는 상당히 차별화되는 내용을 발견할 수 있다.
사회주의국가들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계획체계의 결함은 북한에서도 반복적으로 지속되고 있으며, 전 사회의 모든 영역에 걸쳐 광범위한 결핍상태를 지속시켰다. 이러한 모습은 스탈린 국가모델을 채택한 국가들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난 계획시스템의 태생적인 비효율성에서 기인한 것이며, 중공업 위주의 불균형 발전전략, 과잉군사비 지출 그리고 선행부문에 대한 집중적 투자 등으로 민간부문이 위축되는 결과였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들 국가에서 2차 경제가 더욱 확산될 수밖에 없었다. 북한 역시 사회주의적 지배관계를 지탱해왔던 계획경제의 현저한 약화현상과 더불어 장마당 등 비공식경제부문의 확대는 당국에 의해 작동되던 계획경제, 즉 공식경제의 약화로 이어지게 되며, 결과적으로 정권의 체제유지 능력이 약화되게 된다. 전통적으로 중앙계획경제는 사회주의 단일정당의 가장 효율적인 지배메커니즘으로 당 조직이 국가자원을 중앙으로 집중시켜 이의 사용 및 수입 배분권한을 독점함으로써, 충성심에 대한 보상, 그리고 정치적 위계에 따른 특권을 부여하도록 하는 토대의 역할을 했다.
본 연구는 북한의 경제발전전략의 일환으로 추구되어온 경제특구정책을 연구대상으로 한다. 경제특구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비교방법은 비교정책연구의 관점에서 유사한 국제상황 하에서 중국, 베트남이 취했던 경제특구 정책이 상이했는지, 그리고 추진된 정책들의 성공 여부가 차이를 보였는지를 비교 설명하고자 한다. 김정은 집권 이후 새롭게 등장한 경제개발구 정책은 김정일 시기의 경제특구정책과의 어떤 차별성이 갖는지를 비교해 김정은의 정책의 성공 가능성을 판단해보고자 한다.
대외개방에 의한 체제이완을 우려하는 북한으로서 특수경제지대(경제특구․개발구)는 거의 유일한 외국인 투자유치정책이자, 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기반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특구정책은 기반시설 확충의 부담도 크게 줄이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효과적인 정책이다.
본 연구에서는 중국과 베트남 등의 사회주의 유사체제 비교를 통해 북한의 경제특구정책을 살펴보고, 상이한 정책결과를 채택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북한의 경제특구 정책은 자립적 민족경제 노선이 전제된 소위 ‘모기장식 개방’이라 할 수 있다. 중국과 베트남의 사례와 같이 북한의 경제특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영기업의 민간화를 추진하고, 중앙 통제를 약화시켜야 한다. 특히, 특구 소재 지방정부에게 적절한 권한을 부여하고, 나아가 경제특구 내 모든 기업에 자율권을 보장해주는 일이 중요하다. 북한 대부분 경제특구 및 개발구는 생산과 물류 유통이 원활한 해안가와 접경지역에 형성되어 있어 장점이 많은 편이다. 그러나 북한은 초기 기반시설의 구축 임무를 투자자에게 요구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경제특구의 기반시설 구축에 있어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협력하여 상당한 투자를 진행한 모습과는 차이가 있다.
둘째, 북한의 경제특구는 경제자유와 기업 경영권 보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중국, 베트남 사례와 같이 기업 경영에 대한 중앙 관리 감독의 범위를 줄이고, 소규모의 기업들을 민간에게 위임할 경우 부실 국영기업은 퇴출되고, 살아남은 기업에 대한 경쟁력이 확보될 것이다. 이는 건전한 경제체제 구축에 기여함으로써 북한의 지속적 경제 발전을 이끌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셋째, 북한의 경제특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규와 제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중국과 베트남은 5개년 경제계획을 채택하고, 이전 경험을 토대로 관련된 법과 제도를 제정한 바 있다. 이는 외국투자자들의 투자 안정성 보장과 자유로운 경제활동 보장과 관련된 것으로 특히, 관련 법규와 제도 정비는 경제특구 내 합리적 분쟁해결절차와 관련된다는 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넷째, 중국과 베트남에서처럼, 북한의 특구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도부의 의지가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중국의 경우와 같이 지도부의 확고한 경제발전 목표가 제시되어야 한다. 덩샤오핑의 남순강화와 같이 북한의 대외개방 정책의지가 확고히 표명될 때 외국 투자자들의 대북투자 신뢰도가 상승할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다섯째, 북한의 경제특구의 성공을 위해서는 세계경제질서에 부합한 국가경제발전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중국과 베트남은 개혁개방 정책 시행 이후 과도기적 시기가 지나가고 어느 정도 안정화되었을 때 세계경제질서에 부합한 국가경제발전 노선을 채택했다. 북한의 이러한 노력이 수반될 때 북한 경제특구의 지속적인 발전이 보장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북한은 동포 자본을 적극 유치할 필요가 있다.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 화교자본의 유입과 활용을 통해 초기 개혁개방을 성공적으로 전개했듯이 북한에게도 남한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유리한 상황을 활용할 수 있다. 게다가 중국이 그랬듯이 인근 지역에 경제특구를 설립한 것과 같이 북한과 남한은 육지와 해상 모두 근접성이 높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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