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0일 미국은 전세계의 반전 여론을 무시하고 이라크 침공을 개시했다. 이제 이 전쟁은 미국이 자국의 패권과 석유 이권 때문에 일으켰다는 사실을 누구나 다 알고 있다. 한 마디로 명분 없는 전쟁이다.

전세계적으로 반전 여론이 들끓고 있는 이때 도서출판 깊은강에서 {민족 분쟁의 세계 지도}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지금의 전쟁이 아닌 오래 전부터 그 위협을 안고 있는, 그래서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분쟁 지역들의 오래된 역사를 살피는 데 그 의의가 있다.
혼미를 거듭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의 종교 문제, 아프가니스탄 분쟁, 유고슬라비아 내전, 옛 소련령 국가들의 민족 문제,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분리 독립 운동 등 전 세계 분쟁 국가 또는 부족들의 역사·언어·종교·문화를 읽어냄으로써 분쟁이 일어나게 된 배경을 샅샅이 분석하고 있다.

분쟁이 일어나는 첫 번째 원인으로 정치적인 이념의 문제를 들 수 있다.
아프가니스탄은 1970년 대 말 친소 정권이 붕괴된 후 소련의 침공을 받았다. 그리고 작년에 미국의 침공을 받았다. 소련의 침공을 받았을 때만 해도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의 게릴라들에게 스팅거 미사일을 비롯하여 총액 35억 달러의 무기를 지원했다고 한다. 그러나 작년 9·11 테러를 겪은 미국은 이들을 가장 사악한 '테러리스트'라고 평가하면서 침공을 서슴지 않았다.
또한 미국뿐 아니라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열강들은 제국주의 침략의 역사를 갖고 있다. 미국의 인디언 추방 정책도 그렇고, 영국과 프랑스가 멋대로 만들어 놓은 국경선은 오늘날 분쟁의 씨앗이 되고 있다.

분쟁의 두 번째 원인은 경제적인 이유이다.
유고슬라비아의 코소보는 자치주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사실 세르비아 공화국에 속하며 오래 전부터 유고슬라비아 지역에서는 세르비아인과 알바니아인과의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이러한 역사적인 배경이 있긴 하지만 1981년에 일어난 코소보 사건의 배후에는 경제적인 이유가 있었다. 코소보는 유고슬라비아에서도 가장 개발이 뒤지고 실업자가 많은 지역이었다. 1981년 3월, 코소보 자치주의 알바니아계 대학생들이 취직 자리 확보 등을 요구하며 격렬한 가두 행진을 벌였다. 경찰과 충돌하는 과정에서 두 명의 알바니아 학생이 사망했고, 이를 계기로 가두 데모는 코소보 자치주 전역으로 확산되어 군대와 충돌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분쟁의 세 번째 원인은 종교적인 이유이다.
잘 알고 있듯이 팔레스타인 분쟁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팔레스타인은 유대교, 크리스트교, 이슬람교 등 3개 종교의 성지 예루살렘이 있는 지역이다. 유대교도와 아랍의 이슬람교도들의 종교적인 분쟁에 강대국의 패권 장악을 위한 정책으로 인해 지금껏 첨예한 분쟁의 불씨를 꺼뜨리지 못하고 있다.
이외에도 분쟁의 원인으로는 민족적, 문화적, 언어적인 이유를 들 수 있다.
예를 들면 미얀마 같은 다민족 국가의 소수 민족의 분리 독립 운동을 살핌으로써 알 수 있다. 옛 식민지 지배국의 인위적인 세력 범위를 그대로 국가 영역을 확정한 경우 문제가 있는데, 이들은 역사적인 뿌리, 언어, 종교들이 조금씩 다르며 그에 따라 영토 분쟁, 또는 소수 민족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 모든 내용이 60여 컷의 지도와 5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에 담겨 있다. 전세계의 민족, 언어, 종교를 망라하고 있는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분쟁사라는 세계 역사와 지도를 새롭게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제1장 팔레스타인과 유대인
제2장 이란계 민족의 역사와 아프가니스탄
제3장 터키계 민족의 역사와 옛 소련령 5공화국
제4장 인도 반도
제5장 동남아시아의 분리 독립 운동
제6장 다민족 국가 중국
제7장 국경 없는 민족 쿠르드
제8장 아메리카 대륙의 민족 지도
제9장 유럽 세계의 민족 지도
제10장 옛 소련령의 민족 문제
제11장 유고슬라비아의 민족 대립
제12장 통합과 분리에 흔들리는 서유럽 세계
제13장 오세아니아 세계의 민족 지도
제14장 아프리카 대륙의 민족 지도
제15장 유랑 민족 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