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내용 |
들어가는 글
이 책은 북한출신 여성에 비해 북한출신 남성들의 일상에 관한 이야기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아쉬움 때문에 탄생했습니다. 가족학 전공자인 전주람은 2014년부터 10여 년 이상 북한출신분들을 만나 인터뷰를 해오면서 그들의 일상생활(daily life)에 주목했습니다. 북한의 군사, 정치, 경제, 사회 문제 등은 이미 여러 매체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였고, 그 결과도 상당하게 쌓여 있습니다. 그에 반해 북한출신분들의 일상에 대한 접근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고 생각했기에 ‘일상’을 연구의 주제로 삼은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북한’이라는 키워드는 남한사회에서 무겁게 인식되는 게 사실입니다. 특히 군사 문제나 핵 문제에 있어서는 전 세계가 주의 깊게 주목하는 상황이라 더 그런 듯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북한출신분들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편견과 선입견을 품고 그들을 바라보고 살아갑니다. 남한출신분들에게 북한출신분들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물어보면 ‘불쌍한 사람, 배고파서 넘어온 사람, 자유를 찾아 목숨 걸고 넘어온 사람, 체제를 비판하다가 넘어온 사람’ 등 대체적으로 긍정적 시선보다 부정적인 시선을 보이는 게 일반적인 태도입니다. 그러나 ‘일상’은 사회 전체에 대한 평가와 개념화를 함축한 단어입니다. 즉 그들의 일상을 통해 북한 사회를 예측하고, 북한 사회를 보다 선명하게 알아갈 수 있는 개념이 ‘일상’이라는 것입니다. 프랑스 철학자 앙리 르페브르에 따르면 ‘인간은 욕구의 차원, 노동의 차원, 놀이와 즐거움의 차원으로 존재가 파악되며 이 세 가지 요소가 유기적인 관계로 통합될 때에라야 비로소 인간의 참된 모습이 현실화된다.’고 하였습니다. 그만큼 일상을 다루는 것은 결국 일상성을 생산하는 사회, 우리가 살고 있는 그 사회의 성격을 규정짓는 것이므로, 진지한 연구 대상이 되어야 마땅합니다. 단순해서 보잘것없고 지루하며 반복적인 일상이라 하더라도 모든 것이 다 똑같이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소중하고 값진 사건은 어쩌면 우리가 익숙하다고 해서 간과했던 평범한 일상 속에 담겨 있기 마련입니다. 우리 세 명은 북한출신분들의 일상에 학문적으로 접근하고자 시도하였습니다. (인)문학 연구자인 곽상인은 인문학적 배경을 바탕으로 북한출신분들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그들의 인생을 같이 기록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여가, 노동, 정체성과 강점 등 여러 이슈에 주목한 바 있으며, 북한출신분들을 대상으로 자아정체성과 회복탄력성 강화를 위한 독서세미나도 운영해 왔습니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수집된 유의미한 정보를 정리하였고, 그 결과를 다양한 방식으로 발표했습니다. 특히 전사된 내용을 생동감 있게 입체적으로 구성하여 독자들이 더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도록 창의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여기에 북한에서 살아 본 경험이 있는 평양출신이자 제1고등중학교 출신 김지일이 함께 참여하여, 북한사회와 관련하여 논의해야 할 부분이 있는지 살피는 감수자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그는 코로나 직전에 입남한 청년이자 열정적으로 연구자의 길을 걷고 있는 북한학 전공자이기에 이 책은 더 객관성을 확보할 수가 있었습니다. 2023년, 세 명의 연구자가 한자리에 모여 한국 사회에서 과연 ‘북한기록물’이 필요한지, 어떻게 정리를 해야 하는지 고민했습니다. 우리는 북한사회의 문화와 여러 한국사회에서 주목되는 통일, 엘리트 계층과 문화 충돌과 적응 등 이슈에 관해 논의해 나갔습니다. 다양한 각도에서 정리하고 기록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세 연구자는 북한출신분들의 일상생활을 전방위적으로 탐색하면서도, 동시에 남한출신자들과 어떻게 상호작용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방법을 모색했습니다. 곧 이 책에서 저자들은 북한출신분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1차로 정리하고, 북한과 통일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을 위해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북한 연구자 또는 여러 독자가 그들의 일상을 편견 없이 이해하고, 그들의 일상 자체를 존중하는 태도를 갖기 바랐습니다. 이 책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세 저자는 기존 연구물을 살피고, 북한출신분들을 실제로 만나 경험담을 거침없이 담아내고자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전주람과 곽상인은 남한 출생자이기에, 인터뷰이들이 쏟아내는 정보가 팩트에 기반한 것인지를 분별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경험과 우리의 경험은 분명 달랐기 때문입니다. 그 빈틈이 발생하거나 혹은 의혹이 있는 대목은 북한학 전공자 김지일이 바로 잡았습니다. 평양에서 태어나 북한 사회를 경험한 그는 한국에 몇 년 이상 적응하고 있어 남북 사회를 모두 경험한 사람으로서 여러 불명확한 부분을 예리한 시각으로 바로잡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한국 사회를 이해하는 방식에 한 개인의 경험이므로 한계가 있었으나 일상에 진지한 관심을 갖고 팩트 체크를 해나갔습니다. 세 명의 저자는 향후 남북한 통합에 이 책이 기여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결과물을 내놓았습니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인터뷰에 성실히 임해주신 연구참여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또 이 책이 출간될 수 있도록 연구자의 뜻을 깊이 헤아려 주신 ‘박영사’ 조정빈 대리님을 비롯, 편집에 있어 꼼꼼함을 보여주신 조영은 대리님과 주인공 인물을 AI를 활용하여 그려주신 전주성 그림작가님께도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아무쪼록 이 책을 통해 북한출신분들의 진솔한 일상을 살피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2025년 2월 전주람·곽상인·김지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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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
1. 제 앞길 닦아야죠
29세 남성, 2017년 11월 16일, 2017년 11월 22일 인터뷰 2. 그래도 밥벌이하니 감사하죠 55세 남성, 2017년 11월 18일, 2017년 11월 25일 인터뷰 3. 손재간 덕에 먹고 삽네다 66세 남성, 2021년 4월 24일 인터뷰 4. 매일 사는 게 천국이오 75세 남성, 2017년 10월 21일, 2017년 10월 27일, 2017년 11월 4일 인터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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