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핵태세검토보고서(NPR: Nuclear Posture Review)’에 대해 미국뿐 아니라 미국의 동맹국들과 경쟁국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그동안 핵무기 역할의 축소를 강조해 왔던 터라, 그 같은 소신이 실제 공식 정책으로 반영될 것인지가 주목을 받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선거 기간 중에 미국은 “새로운 핵무기가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하면서 “신뢰성 있는 억제력을 유지하되 핵무기에 대한 의존과 과도한 비용을 줄여나가겠다”고 공언해 왔다. 정부 출범 이후 백악관이 공개한 ‘국가안보전략 중간지침(Interim National Security Strategic Guidance)’에서도 이 같은 원칙을 밝혔는데, “미국의 안보전략에서 핵무기의 역할을 줄여나가는 조치들을 취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는 핵무기 없는 세상의 비전을 제시했던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 방향과 같은 맥락이며 저위력 핵무기 개발 등 핵전력 현대화를 강조했던 트럼프 행정부와는 확연히 다른 기조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가 의회에 제출한 첫 예산안에 국방부와 에너지부의 기존 핵무기 현대화 프로그램이 그대로 담겨 있는 점이 시사하듯이, 바이든 행정부가 NPR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와 얼마나 차별화된 내용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바이든 행정부가 공언하고 그간 NPR 작성 과정마다 논란이 되어 왔던 ‘핵무기의 역할 축소’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2018 NPR에 의하면 핵무기의 역할은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미국에 대한 핵 공격과 비핵 공격을 억제하는 것. 둘째,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들에게 확장억제를 제공하는 것. 셋째, 억제가 실패했을 경우 이에 대응하여 미국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 넷째,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한 위험을 관리(hedging)하는 것이다. 따라서 핵무기 역할 축소 여부는 위와 같은 네 개의 기능 중 어느 부분을 어떤 방식으로 줄여나갈 것인가의 문제로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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