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감염병이 전 지구를 휩쓴 지난 1년간, 세계적으로 다양한 ‘위험’들이 증가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세계위험 보고서(The Global Risks Report)에 따르면, 2021년 현재 감염병으로 인한 건강과 생명에 대한 위험은 물론이고, 경제적 충격으로 수많은 사람이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되었고, 거시적인 자산 거품과 부채 증가가 추가적인 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위험은 국가 간 갈등이나 지정학적 긴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어 군사갈등의 위험도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공조의 실패가 가져올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전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고 사람의 생명과 건강, 경제생활이 지정학과 사회갈등뿐만 아니라 기후위기와도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 많다. 기술변화로 인한 급격한 사회 변화나 미중 갈등 심화에 대한 우려들도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들로 지목된다. 특히 한반도와 동아시아에서는 코로나 감염병이라는 새로운 위험에 더해 초강대국 간 기술·금융·경제적 경쟁에 이어 ‘군비경쟁’의 유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역설적인 것은 최근의 경쟁이 한편으론 가장 오래된 형태의 국가 간 군비경쟁의 형태로, 다른 한편으론 더 나은 지적 활동을 위해 만든 AI와 인간의 고통과 노력을 덜기 위해 만든 기계를 둘러싼 경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변화가 만들어내는 불확실성이 고전적 위험과 뒤섞여 연결되는 것이다.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순발력이 필요하다. 기술과 금융, 영화산업이나 새로운 인권 규범과 같이 그 변화의 속도가 빨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분야가 특히 그렇다. 하지만 이미 충분히 파악된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분명한 통제력이 필요하다(Katzenstein and Seybert, 2018). 전쟁이나 군사갈등 같은 오래된 위험들은 이를 예방하고, 억제하기 위해 통제되어야 하며, 그런 경험들이 축적되어 있다. 최근 한반도 주변에서 새로운 기술에 대한 경쟁과 과거의 군비경쟁이 뒤섞이는 것은 냉전이라는 과거의 갈등과 위험이 남긴 유산을 해결하지 못한 채 새로운 기술변화를 경험하고 있는 현실의 복잡성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글은 한반도를 둘러싼 군축에 대한 논의를 재조명하고 동아시아 평화질서 모색을 위한 담론의 도출을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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