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세계 질서 변화에 따른 러시아의 대외 전략을 분석하고 러시아의 전략이 한반도에 미칠 영향과 함의를 전망한다. 특별히 본 연구는 전략의 차원에서 문제에 접근하고자 하며, 푸틴 러시아가 설정한 대전략(grand strategy) 아래서 대외 전략이 입안 및 조율되고 있다고 판단한다. 본 연구가 전략론에 관한 이론적 고찰이나 구체적인 분석틀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러시아의 대외 전략이 기본적으로 상위 전략인 대전략의 최종 실현을 위해 추진된다는 구도를 전제로 한다. 아울러 본 연구는 러시아의 대외 전략을 분열과 확장 그리고 연계라는 세 개의 전략 목표로 나누고 각각의 전략 목표 아래서 개별적인 전술(과제)이 어떻게 인식 및 수행되고 있는지 고찰했다.
최근 러시아의 공세적인 대외‧군사 행동은 푸틴 대통령이 추구하는 러시아의 대전략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전술적 행위다. 러시아의 대전략은 두 가지로 집약된다. 하나는 다극 세계 질서 실현이며, 또 하나는 세력권(sphere of interests)의 확보이다. 푸틴과 오늘의 러시아가 궁극적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최종 목표는 이들 두 개의 대전략으로 수렴되며, 그 안에서 입안되고 추진되고 조율되는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푸틴 러시아의 대전략은 그들 나름의 철저한 세계 질서 인식의 산물이며, 그 근저에는 지정학이 놓여 있다. 따라서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정책결정자들이 갖고 있는 지정학적 인식을 파악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본 연구에서는 러시아의 지정학적 인식, 특별히 ‘신(新) 유라시아주의(Neo-Eurasianism)’로 불리는 지정학 담론이 푸틴 러시아의 국가 비전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기여한 역할을 살펴보고, 뒤이어 다극화에 관한 담론, 세력권에 관한 인식을 차례로 고찰하면서 푸틴 러시아의 대전략에 접근했다. 푸틴 러시아의 대외 전략은 대전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세 개의 하부 전략으로 나뉘며, 본 연구는 그것을 분열, 확장 그리고 연계 전략으로 구분했다. 또한 이들 3개 전략의 목표와 과업(전술)도 아울러 고찰했다.
한편, 본 연구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주목받고 있는 러시아와 북한의 준(準) 군사 동맹 수준의 관계 복원 및 양국 밀착의 동인과 전략적 의도를 다음 세 가지 요인에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첫째, 현 국제정세의 변화를 바라보는 러‧북의 수정주의 지정학 인식의 일치다. 둘째, 러‧북 대미 공동 전선 구축의 필요성에 대한 지전략적 이해관계의 합치다. 셋째, 러시아의 대중국 견제 의도와 북한의 ‘등거리외교’ 지전략의 여합부절이다. 더 나아가, 러‧북 관계 밀착 및 군사 동맹화로 인해 다음과 같은 전략적 시사점과 파급효과를 도출하였다. 첫째, 신냉전 파고가 본격적으로 동아시아에 전개되면서, ‘대륙의 수정주의 전제정치 세력 대 해양의 현상 질서 유지 자유주의 세력’ 간 전선이 완성된 점, 둘째, 유라시아 서쪽 유럽에서의 지정학 갈등이 대륙을 가로지르며 동쪽 동아시아의 지정학 정치로 연육된 점, 셋째, 군사적 불안정성이 확대된 점이다.
한국의 대응 전략으로 다음을 제안한다. 첫째는 동맹 강화다. 현상변경 세력의 도전에 위협 의식을 공유하는 동아시아 및 인태지역 자유주의 현상 질서 수호 국가들과의 동맹 및 공조 강화가 필요하다. 둘째, 전략적 유연성의 확보다. 미국은 중국의 패권 쟁취에 대한 예방 및 봉쇄를 목표로 강경한 대중 대외 전략을 유지할 개연성이 크다. 한국의 지정학적 전략 가치에 대한 인식을 제고시키면서, 대중 전략 추진 방향에 대해서 충분한 상호 숙의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자주국방 능력의 강화를 통해 금전으로 환치할 수 없는 가치 있는 불환 자산으로서 한국의 지정학적‧전략적 가치를 지속해서 상승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륙의 북한 동맹국들, 즉 중‧러와도 전략대화 플랫폼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중‧러와 전략대화 플랫폼을 유지하여, 북한의 위기 고조와 확전 위험성을 경고하고,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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