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동북아전략은 기본적으로 패권국 미국과의 충돌을 피하면서 미일동맹을 축으로 동맹네트워크의 확산을 통한 미국의 반중 연대를 저지하고 중국의 강대국화를 위한 자국 주도의 우호적 협력환경의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진핑 시기 사드배치를 둘러싼 한국과의 갈등 시기에도 중국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MD) 추진이 자국의 대미 핵 억지력을 심각히 훼손하고 자국에 불리한 역내 안보 질서를 초래할 것으로 인식하면서도 실제 대응에서는 위협의 정도와 핵심이익에 대한 우선순위를 고려하면서 한국에 대한 제재와 보복과 달리 미국과는 직접적 마찰을 회피하는 전략을 펴왔다. 따라서 중국이 진정으로 우려하는 것은 사드 배치 그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이로 인해 한국이 중국을 겨냥하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에 완전히 귀속됨으로써 한국이 미일동맹의 하부로 편제되는 것에 있었다고 보인다.
한편 한국은 중국과의 수교 이후 중국의 고도성장 바람을 타고 동반성장을 이룩해 왔으며,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安美經中)”이라는 다분히 이분법적인 외교행보를 취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사드배치 갈등을 겪으면서 한국은 중국의 영향력 증대와 함께, 더 이상 미중 사이에서 ‘안미경중’의 메커니즘이 작동하기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특히 이명박, 박근혜 시기 대중정책은 국익과 실리를 기초로 하는 국제정치 현실을 도외시하고 대북 압박과 붕괴를 전제로 하는 한미동맹에 결속되어 균형감을 상실하였고, 이는 결국 사드배치 결정에 따른 한중관계의 파국을 낳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향후 미중간 국력 격차 축소와 전략적 불신 심화, 시진핑의 리더십 및 대외정책 기조의 변화 등 변수들이 미중 양국간 전략적 경쟁을 조장하는 요인이라는 측면에서 한반도 및 동북아를 둘러싼 미중간 패권경쟁의 심화 가능성에 대비하여, 중국과의 전략적 소통을 더욱 강화하는 동시에 ‘교량국가(linker state)’전략에 따른 주체적이고 균형감 있는 외교를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