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1일 존 케리(John Kerry) 미 국무장관은 히로시마(広島)에서 개최된 G7 외교장관회의 계기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대신 및 여타 외교장관들과 함께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을 방문하고,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헌화하였다.
그리고 G7 외교장관들은 ‘히로시마 선언(Hiroshima Declaration)’을 통해 “세계에 전례 없는 공포를 초래한 제2차 세계대전으로부터 71년이 지나, G7 외교장관이 히로시마에서 회합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長崎) 주민들이 원폭 투하에 의한 심대한 파괴와 인간적 고통을 경험”하였다고 밝혔다. 그리고 “수십 년간 정치 지도자나 일반인들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방문하여 깊은 인상을 받아왔으며, 다른 사람들도 이처럼 방문하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은 1945년 8월 6일 제2차 세계대전을 종식시키게 된 미국의 히로시마에 대한 원폭 투하 사실을 기념하기 위한 상징적인 장소이다. 이러한 역사의 현장을 찾은 케리 국무장관은 자신의 방문이 “과거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에 대한 것”이라고 했다. 즉, 미국은 이번 방문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을 투하해서 약 20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사건에 대한 사과가 아니라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이 2009년 프라하에서 선언한 ‘핵무기 없는 세계’를 구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하였다.
이와 관련해서 일본 언론들은 5월 26~27일간 일본 이세시마(伊勢志摩)에서 개최될 G7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오바마 대통령도 히로시마를 방문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 여론은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첫 히로시마 방문이 자칫 제2차 세계대전 승전국인 미국이 패전국인 일본에 대해 사과를 표시하는 것으로 비추어질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다시 말해, 히로시마 방문은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오바마 대통령의 ‘핵무기 없는 세계’ 실현을 위해 의미 있는 사건이 될 수 있는 반면, 미 대통령이 ‘히로시마’라는 핵무기 피해의 상징적 장소를 방문함으로써 일본에 의해 정치적으로 이용당할 수 있다는 미국 보수층의 반발이 예상된다. 또한, 일본의 침략에 대한 아픈 역사를 갖고 있는 한국, 중국 등 주변국으로서는 독일과 같이 과거사에 대한 완전한 반성과 사과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가해자인 일본이 오히려 피해자로 인식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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