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9월 2~3일 블라디보스토크를 ‘실무 방문(working visit)’해서 제2차 동방경제포럼(Eastern Economic Forum)에 주빈으로 참석하고 푸틴(Vladimir Putin) 대통령과 한·러 정상회담을 개최하였음. 박근혜 대통령의 블라디보스토크 방문은 지난 2013년 9월 초 상트 페테르부르크 G20 정상회의 참석과 비공식 한·러 정상회담 이후 2번째 러시아 방문이며, 2013년 11월 12~13일에 있었던 푸틴 대통령의 서울 방문에 대한 답방의 성격을 가졌음. 박 대통령은 이 외에도 2015년 11월 파리 기후변화당사국회의에서 비공식 정상회담을 가졌으며, 그 결과 푸틴 대통령과 현재까지 4회의 공식·비공식 정상회담을 가졌음.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러시아와 긴밀한 협력을 필요로 하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동북아평화협력구상,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외교정책의 3대 기조로 제시하였고, 이는 ‘신동방 정책’ 추진 및 남북한과 실질 협력 강화를 추구하던 푸틴 대통령으로 하여금 대(對) 한국 접근정책을 추동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음. 2012년 5월 취임한 푸틴 대통령은 동년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Asia 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정상회의를 계기로 극동 지역의 사회·경제적 발전과 아·태 지역으로의 경제 통합을 위한 ‘신동방 정책’을 제시했고, 이를 위해 내각에 극동개발부를 신설하였으며, 측근인 트루트네프(Yury Trutnev)를 경제부총리와 극동연방관구 대통령 대표로 임명하였음. 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박 대통령이 2013년 10월 18일 서울에서 개최된 ‘유라시아 시대의 국제협력 컨퍼런스’에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 대한 비전과 정책 방향을 제시하자, 11월 12~13일(1박 2일) 서울을 전격적으로 방문해 양국 간 협력 확대를 위한 정상회담을 가졌음.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유라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하나의 대륙, 창조의 대륙, 평화의 대륙’을 구축해 가자는 구상으로 러시아는 가장 중요한 협력 대상국임. 그러나 제3기 푸틴 정부의 출범 후 시리아 사태, 미국의 유럽 내 미사일 방어 계획(MD: Missile Defense) 추진, 러시아 총선 및 대선 과정에서 표출된 미·러 갈등, 스노우든 망명,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European Union)과의 제휴 협정(Association Agreement) 체결을 둘러싼 유혈데모 발생과 이에 따른 미·러/러·EU 관계의 악화는 간접적으로 한·러 관계의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음.
특히, 2014년 3월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과 4월 시작된 우크라이나 동부 분리주의 세력에 대한 군사·경제적 지원은 서방 세계의 강력한 대러 제재를 촉발시켰고, 이는 현재까지 한·러 외교·경제 협력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 러시아는 그동안 한반도 비핵화 정책을 고수하면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양자·다자 차원의 경제·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현재 유엔의 대북 제재에 적극 참여하고 있음. 그러나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한국 내 사드 배치를 반대하고 있음. 따라서 한국은 러시아의 사드 배치에 대한 반대를 극복하면서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러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하는 외교·경제적 과제를 안고 있음.
박근혜 대통령의 방러는 사드 배치에 대한 이견에도 불구하고 지난 2년 반 동안 국내외적 요인에 의해 위축된 양국 간 외교·경협 관계를 재활성화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음. 따라서 본 보고서는 먼저 박근혜 정부 출범 후 한·러 관계의 추이를 분석한 후, 박 대통령의 방러 성과와 향후 과제, 그리고 정책 대응을 제시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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