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상을 배경으로 동아시아 국제관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동아시아에서의 파워 밸런스 변화는 미·중·일 간의 전략적 삼각관계는 물론 한·일 관계와 중·일 관계와 같은 역내 양자 관계의 급속한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2010년을 전후하여 이른바 ‘핵심 이익’과 남중국해 및 동중국해를 둘러싸고 미·중 간의 마찰이 표면화하였다. 중국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국가들과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미국과는 대양 항해의 자유 및 대만, 통상, 사이버 전, 통화 문제로, 한국과는 ‘천안함’ 및 ‘연평도’ 사건 등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대한 대응 문제로, 그리고 일본과는 센카쿠 열도(尖閣列島)/댜오위다오(釣魚島) 영유권 문제로 동시다발적인 갈등을 초래하였다. 중국은 2013년에 시진핑(習近平) 체제 출범 이후 미국과의 ‘신형대국관계’를 제시하면서 해양 진출에 대한 의지와 공세적인 대외 태도를 더욱 선명히 했다.
한편 2010년과 2012년의 센카쿠/댜오위다오 사건을 계기로 중국의 위협을 실감한 일본은 미국의 재균형 정책을 환영하고, 미·일 동맹 강화를 통한 대중(對中) 억제력 확보에 주력해 왔다. 그리하여 일본이 추구한 군사적 의미에서의 보통 국가화 및 미·일 동맹의 강화 움직임은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과 연동되어 중국 견제적 성격이 두드러졌다. 냉전기에는 정경분리 원칙에 근거해 우호 협력관계를 유지했던 중·일 관계는 탈냉전 이후 전략적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경쟁 구도로 전환되었다.
중국의 부상에 따른 미·중 간의 세력 전이는 한·일 관계 악화의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냉전기를 통해 전통적 우호 관계를 유지했던 한·일 양국은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이했지만, 정부 간 소통이 막혀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 한·일 관계가 냉각되고 한·중 관계가 강화된 데 대해 일본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한국 외교의 무게중심이 ‘한·미·일 관계’에서 ‘한·미·중 관계’로 옮겨가고 있으며, 한·중 양국의 접근이 ‘일본 외교의 고립’ 내지는 ‘반일(反日) 연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고 경계하고 있다. 한·일 관계가 악화된 배경에는 일본군 위안부에 대표되는 과거사 문제 외에, 부상하는 중국에 대한 한·일 간의 인식 차이 즉, 동아시아 파워 밸런스 변화라는 구조적 요인이 연동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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