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봄은 잔인하다. 3월과 4월을 관통하며 군사적 긴장은 어김없이 고조되고, 조만간 전쟁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외신을 타고 전 세계로 타전된다. 해마다 반복돼온 패턴은 올해도 다르지 않아서, 4월 11일 최고인민회의와 15일 김일성 생일, 25일 인민군 창건 기념일을 지나는 내내 위기설은 맹위를 떨쳤다. 북한의 도발 징후와 트럼프 행정부의 강도 높은 전략 자산 배치가 이어지는 동안 지구촌 언론에 비친 한반도는 어느 때보다도 긴장 지수가 높았다.
그러나 아마도 관영 언론만을 통해 외부 소식을 접하는 평범한 평양 주민들의 상황 판단은 사뭇 달랐을 가능성이 높다. 이 기간 북한 대중들이 일상적으로 접하는 매체인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는 경제 분야에서의 성취 과시와 증산 독려에 집중했을 뿐, 숨 가쁘게 이어진 한·미 합동 군사연습이나 미군 전략 자산 전개 등은 이전에 비해 비중이 대폭 축소돼 편집, 배치됐기 때문이다.
더욱 눈에 띄는 대목은 김정은 체제가 활용하는 안보 위기 관련 담론이 양뿐 아니라 성격에서도 큰 폭으로 변했다는 점이다. 이전 시기에 사용했던 전통적 논리 구조, 즉 전쟁 임박을 강조함으로써 권력 공고화를 노리는 메시지는 찾아보기 쉽지 않고, 대신 ‘이미 핵 무력이 완성됐으므로 미국은 절대로 우리를 침공할 수 없으며, 따라서 인민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가 반복적으로 사용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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