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넘게 지속되어온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이 변곡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3월 4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 중단을 결정한 것이다. 2월 28일 백악관에서 개최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이 격렬한 설전으로 인해 미국이 그간의 전쟁 지원 대가로 우크라이나에 매장된 희토류 등 전략 광물 개발권을 확보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는 광물협정 서명이 불발로 끝난 여파다.
그 후 3월 12일,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반대해왔던 30일 정전 합의를 대가로 군사 원조 및 정보 공유를 받았으나, 트럼프 행정부의 대 우크라이나 강압적 외교가 다시 우크라이나는 물론 유럽, 나아가 한국에도 적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월 말의 미-우 정상회담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평화협정 체결시 러시아의 재침공을 막기 위한 안전보장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요구하는 대로 협정을 체결하지 않을 경우 협상에서 빠지겠다고 위협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신뢰할 수 없다며 계속 맞서자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J.D. 밴스 부통령까지 나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고마움을 모르고 무례하다며 강하게 비난하면서 결국 정상회담은 파국을 맞았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의 이 같은 이견은 2월 12일 트럼프가 푸틴과 장시간 통화를 통해 우크라이나 종전을 위한 협상 개시에 합의하면서 어느 정도 예고되었다. 이후 미국은 같은 달 24일 유엔 총회에서 러시아의 침략을 규탄하는 우크라이나의 결의안 초안에 반대하면서 우크라이나 및 유럽국가들과 이견을 빚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관계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과의 관계에도 상당한 긴장을 초래했다. NATO를 통해 지속되어 온 유럽 안보에 대한 미국의 약속에 대해 회의론과 우려, 심지어 공포까지 커지고 있으며, 유럽 내에서는 자체적으로 안보를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특히 독일 연방의회 총선거에서 기독교민주당(CDU)이 제1당으로 떠오른 후, 당 대표 프리드리히 메르츠 의원이 한 연설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동맹에 대한 회의적 시각과 유럽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가진 트럼프 행정부는 앞으로 러시아와 더욱 밀착하고, 공개적이든 비공개적이든 NATO의 유럽 방위공약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트럼프의 동맹 회의론은 유럽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다른 동맹국들, 특히 한국의 안보에 심각한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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