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의 중국 방문 목적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째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단을 위한 중국 역할 논의, EU와 중국 관계 재설정 등 지역과 글로벌 의제에 대한 협력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었다. 지난 3월 중국-러시아 정상회담에서 ‘무제한의 우호(no-limits friendship)’ 관계를 선언한 이후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중국의 전략적 의도를 파악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중국 방문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EU와 중국의 동상이몽이 그대로 드러났다. EU 두 지도자는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지원에 반대하고, 조속한 전쟁 종식을 위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한 반면, 시진핑 주석은 우크라이나 위기에서 벗어나는 길은 ‘정치적 해결’이라고 강조하였다. 중국은 ‘글로벌 발전구상(GDI)’, ‘글로벌 안보구상(GSI)’, ‘글로벌 문명구상(GCI)’과 같은 글로벌 이니셔티브를 통해 대안적 질서 담론을 주도하면서 ‘평화 중재자’로서 이미지를 굳히기를 원하지만, EU는 중국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한편으로, 2019년 중국을 '체제적 경쟁자(a systemic rival)'로 규정한 EU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국과 관계 재조정이 탈동조화(decoupling)가 아닌 ‘위험경감(de-risk)’임을 분명히 했다. 중국으로부터 유럽을 분리(dissociate)하는 디커플링이 아니라 중국에서 오는 위험을 줄이기 위한 것임을 강조했다. 이에 중국이 가장 심혈을 기울인 EU-중국 ‘포괄적투자보호협정(CAI)’의 EU 의회 비준 문제는 EU의 재검토 입장에 부딪혀 제대로 다루지도 못했다. 이번에 중국의 책임 있는 행동을 견인하고 EU·중국 간 지정학적 균열을 해소하는 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평화적 해법을 위해 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은 평가할만하다. 지역과 글로벌 차원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공동의 책임에서 자유로운 국가는 없다. 글로벌 중추국가를 추구하고 있는 한국 정부는 전환의 시대에 국제 규범과 원칙에 기반을 두면서 변화하는 상황을 냉철히 평가하고 외교안보 전략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안보관점에서 지역과 글로벌 차원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외교역량과 책임 및 연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북한 문제를 위해서 EU와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경제안보 관점에서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추진하면서 인태지역 및 EU와 협력을 확대해 위험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중국과의 불필요한 오해를 회피하기 위해 전략적 소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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