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전략 경쟁이 무역에서 첨단기술로, 금융에서 정치체제와 가치로, 나아가 군사 영역으로 확산되면서 일본과 한국 같이 두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는 국가들의 전략적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2월 일본은 《국가안전보장전략》, 《국가방위전략》, 《방위력정비계획》 등 3대 안보문서를 개정하여 자국의 안보전략을 전면 조정하고 있다. (1) 외교력, 방위력, 경제력, 기술력, 정보력 등 종합적 국력 신장에 투자하고, (2) 미일 동맹을 강화하고 동지국(同志國, like-minded country)과 연대하며, (3) 첨단기술 개발을 통해 통합억제력을 향상하는 등 세 측면에서 대응태세를 갖춘다는 내용은 어찌 보면 지난 10월 공표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NSS)》의 일본판 같기도 하다.
안보 문서 개정에 대한 한국 언론의 반응은 일본의 ‘반격능력’ 혹은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 일본이 한반도에 군사 개입할 길을 열었다거나 일본이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나라가 되었다는 점, 혹은 독도 기술을 시비하는 데 맞추어져 있다. 그러나, 정작 유심히 보아야 할 부분은 일본이 중국을 안보경쟁자로 적시하면서 2027년까지 방위비를 기존의 GDP 1%에서 2%로 증액하겠다는 점, 전력 증강은 한편으로 반격능력의 향상에, 다른 한편으로는 사이버 공간, 우주 공간, 전자파 능력 등 이른바 ‘통합억제(integrated deterrence)’에 투자하겠다는 점이다. 일본이 군사력을 대폭 증강하고 미국과 통합억제 체제를 구축한다면, 필연적으로 동북아 주요국 간 군비 경쟁이 가속화될 것이고 경제안보 경쟁도 본격화될 것이며, 한미일 안보협력체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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