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4대 세습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김정은이 딸 김주애를 데리고 등장하자 일부 전문가들은 후계자 내정으로 진단하거나 김주애를 공개한 장소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7형’ 시험발사 현장인 점에 주목하고 핵 가치의 극대화, 대외적 시선 집중을 노린 의도로 파악한다. 또한 김주애의 빈번한 행보가 리설주와 김여정의 권력 다툼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물론 전례가 없는 통치자의 어린 딸 노출인 만큼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지만, 김주애의 등장과 행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그 이면에 숨어있는 통치의 맥락에서 현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정은의 통치력에는 권력의 크기와 강도, 그리고 이른바 위대성(권위체계 포함)의 높이가 요구된다. 20대에 통치자가 된 김정은은 집권 10년 동안 당, 국가, 군의 최고수위에 올라 모든 제도적 권력을 장악하고 공고화했다. 또 권위체계의 측면에서 곧 40세를 바라보는 김정은이 어린 딸을 등장시켜 ‘인민의 위대한 어버이’로 입지를 굳히고 유교문화가 다분히 내재해 있는 북한 사회에 절대적 영향력을 확보하려고 시도한다. 북한은 1990년대 초반에도 공산권 붕괴로 정통성이 부정되거나 사회적 불안감이 높을 때 위대한 어버이를 모시고 사는 ‘사회주의 대가정론’을 제창하며 일심단결을 도모했다. 어버이는 조건 없이 자식을 사랑하고 믿으며 자식은 못난 부모 탓하지 않고 어렵다고 배반하지도 않는다는 유교적 관념이 이념보다 더 강력한 구속력을 가진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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