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2024년 강대국으로서 ‘세계와의 관계’에서 새로운 구도를 만들겠다는 글로벌 구상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10년 간 전개한 중국 특색의 대국외교가 더욱 역할을 확대할 수 있는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고 평가하면서 적극 외교를 예고하고 있다. 2023년 12월 5년 만에 개최된 중앙외사공작회의(中央外事工作会议)에서는 지난 10년의 시진핑 외교를 점검하면서 향후 5년을 겨냥한 외교 구상과 설계를 내놓았다(中华人民共和国外交部 2023/12/28). 중국은 전통적으로 대국, 주변, 개도국, 그리고 다자외교로 외교 대상을 분류하여 상황에 따라서 우선 순위를 설정하고 외교 기조와 방향을 조정하는 패턴을 유지해왔다. 예컨대 2014년 중앙외사공작회의에서는 주변외교를 우선순위에 두었던 반면에 2018년에는 대국외교를 전면에 제시하고 중요시했다.
그런데 2024년 외교 구상에서는 대국의 정체성을 과시하는 글로벌 비전과 설계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중국이 제시한 글로벌 구상의 요체는 ‘세계의 다극화’와 ‘경제 세계화’ 추진이다. 중국이 강대국으로서 위상에 부합하는 역할과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동시에 중국이 직면하고 있는 복잡한 과제와 도전을 극복하면서 경제 회복을 실현할 수 있는 국제 환경을 조성하려는 전략도 내재되어 있다. 중국은 ‘평등하고 질서 있는 세계의 다극화’를 주장하면서 기존 국제질서에 대한 변혁 의지를 적극적으로 피력하고 있다. 이는 시진핑 정부 집권 이후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 개혁 논의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리고 글로벌 거버넌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국제체제와 질서의 변혁을 주도한 것이 2023년의 중요한 외교 성과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중국이 장기적으로는 미국과 국제질서 및 체제 구축을 둘러싼 경쟁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중국이 다극화를 주장하는 이면에는 비록 명시적으로 미국을 지칭하고 있지는 않지만 사실상 미국의 일방주의와 패권주의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을 조성하여 미국 주도의 반중국 연대를 약화시키려는 전략적 계산이 있다.
중국이 ‘경제 세계화’를 주장하고 있는 이면에도 유사한 전략적 고려가 있다. 중국은 무역과 투자의 자유화를 촉진하고 세계 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는 구조적 문제 해결을 강조하면서 개방적이고 포용적이며 포괄적인 경제 세계화 추진을 역설하고 있다. 이 역시 글로벌 구상이면서 동시에 미국을 적시하지 않은 사실상 대미 외교 전략의 일환이다. 중국이 주장하는 경제 세계화는 반도체 등 미래 첨단산업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미국의 대중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2023년 아시아 태평양 경제 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APEC) 개막 연설에서도 미국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첨단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한 미국의 공세와 압박을 겨냥하여 공개 비판했다. 즉 ‘대외개방의 견지’를 주장하면서 산업 공급망의 안정화와 원활화를 저해하는 ‘경제, 무역 관계의 정치화, 무기화, 안보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中华人民共和国外交部 2023/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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