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한국 외교가 거둔 최대 성과 중 하나는 한일관계 개선일 것이다. 지난 10년 간 위안부 문제와 강제동원 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겪으며 좀처럼 경색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던 한일관계는 3월 윤석열 정부가 강제동원 관련 해법으로 이른바 “제3자 변제안”을 제시하면서 완연한 해빙 무드를 맞이하였다. 양국 정상은 사상 유례없이 7회의 만남을 이어갔고, 정부 간 교류도 급격히 늘어났다. 민간 교류 역시 관광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이전 상태로 빠르게 회복하였다. 양국 정부가 ‘신뢰의 위기’에 빠져 사사건건 대립하던 지난 시절을 생각하면 놀라운 변화이다.
이러한 관계 개선의 결실은 8월 한미일 3국 정상회담과 캠프 데이비드 선언으로 나타났다. 향후 한일 양국은 미국을 매개로 해마다 최소 1회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외교, 국방, 상무(산업), 재무, 국가안보실 장관급 회의를 3국을 순회하며 개최하며, 3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접근을 조정하는 차관보급 대화체를 가동할 계획이다. 협력 의제 역시 기왕의 북핵-미사일 대응을 넘어서 역내 안보, 경제 번영과 복원력, 규칙기반 국제질서, 민주주의와 인권 등 여러 분야로 확장되었다.
따라서 2024년도 한일 양국의 만남은 상당 부분 미국을 낀 한미일 3자틀 속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정책 현안 역시 역사 문제와 같은 한일 양자 간 고유의 문제가 아닌 지역적, 지구적 수준의 쟁점을 다루게 될 것이다. 이미 지난 1월 6일 한국과 일본은 워싱턴에서 개최된 차관보급 연례 3자 인도-태평양 대화에서 지역 수준의 쟁점을 논의하였다.
2023년이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3자협력의 신시대(new era)를 선언한 해였다면 2024년은 실질적 협력과 구체적 성과가 이어지는 한 해가 되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역할과 책임은 오히려 삼각의 약한 고리인 한일관계가 지게 될 것이다. 즉, 한미일의 신시대는 한일 신시대를 요청한다. 양국이 한편으로 역사 문제와 같은 고유의 양자관계 해법 마련에 노력하면서 한일관계를 한반도, 지역, 지구적 쟁점을 다루는 전략적 관계로 전환하는 것이다. 미국과는 글로벌 포괄적 전략적 동맹관계, 중국 · 베트남과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인도 · 러시아 · 멕시코 · 유럽연합(European Union: EU) 등과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지만 한일관계에는 어떤 수식어도 없다. 2024년을 한-일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관계 원년(元年)으로 만들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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