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양회(兩會)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는 ‘새로운 질적 생산력(新質生産力)’과 ‘고품질발전(高質量發展)’이었다. 전국인민대표대회(이하 ‘전인대’) 업무보고에서는 ‘발전’이 총 137회 언급되었고, 그 중에서 시진핑 주석이 제의해온 고품질 발전이 24회 언급되었다. 고품질발전은 시 주석이 2022년 연설에서 65회 언급한데 이어서 2023년에는 거의 2배인 128차례 언급했을 정도로 강조해왔다(Bloomberg News 2024/1/5). 특히 시진핑 주석이 2023년 9월 헤이룽장성에서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새로운 질적 생산력(新質生産力)’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양회 기간 내내 논의의 중심에 있었다. 시진핑의 발언을 통해 보면 ‘새로운 질적 생산력’은 과학기술 혁신을 통해 전략적 신흥산업과 미래산업을 선도하여 경제성장을 이끌어가겠다는 의지의 소산으로 보인다.
전인대 업무 보고에서는 외부의 예상치보다 높은 5% 경제 성장률을 목표로 제시했고 새로운 질적 생산력 발전, 고품질 생산, 내수 진작 등 목표와 방향성을 제시하면서 경제 성장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2024년 10대 주요 업무중에서도 첫째는 과학기술 혁신을 통한 신흥산업, 미래산업, 디지털 경제의 발전 추진이, 둘째는 과학기술 인재 양성을 통한 첨단기술의 자립자강 추진이었다. 요컨대 중국은 첨단 기술 주도의 신흥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질적 생산력’을 강화해 고품질의 발전을 실현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리창(李强) 2024/3/12). 이를 뒷받침하듯 전인대는 올해 과학기술 예산을 3천708억위안으로 작년보다 5배나 늘어난 10% 인상을 결정했다.
그리고 올해 양회에서는 시진핑 주석이 외교, 국방은 물론이고 경제, 사회 등 국가 전 분야의 정책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는 것을 과시함으로써 시진핑 주석 일인체제가 더욱 공고화 되고 있음을 재삼 확인해 주었다. 전인대는 중국 헌법상 최고 권력기관이고 최대 연례 정치행사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지만 올해 전인대는 그 위상이 오히려 더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1993년 이래 약 30년간 정례화된 총리의 양회 후 기자회견은 전인대의 업무보고 이상으로 내외신 언론의 주목을 받아 왔지만 올해는 사라졌다. 올해 리창 총리의 전인대 업무보고는 이전과 비교하여 분량도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시진핑 주석의 정책 이념과 방향을 강조하는 이상의 주목할만한 새로운 내용을 담고 있지도 않았다. 전인대 전체회의에서 통과된 국무원조직법 개정안에는 국무원도 ‘당의 지도’ 아래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제도적으로도 총리의 권한과 역할은 사실상 축소되었다. 중국 총리는 권력 서열 2위로서 경제수장의 역할을 하면서 정책 결정의 균형을 잡는 이른바 중국식 집단지도체제의 중요한 한 축이었다. 시진핑의 저장성 당서기 시절의 비서실장 출신이었던 리창이 총리로 임명되면서 사실상 총리의 위상과 역할 약화는 예정되었다. 이번 양회를 통해 확인된 총리 역할의 약화와 당정(黨政) 일체화는 결국 시진핑 1인 체제를 더욱 공고화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시진핑의 지속적인 권력 집중과 정책 주도권 장악 시도는 역설적으로 체제 취약성에서 출발한 것이고 그 결과는 체제의 경직화라는 또 다른 문제를 초래할 개연성을 안고 있다. 시진핑 정부는 체제의 정당성 확보와 안정화를 위해 기술 혁신과 자강을 통한 성장이라는 장기 구상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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