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전에서 불거진 푸틴의 핵위협 의도를 단순히 협상용이라는 관점으로 매몰하기보다는 군사적 맥락에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즉, 핵무기의 ‘선언적 사용’과 ‘실제적 사용’ 두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에 나타난 푸틴의 핵위협은 주로 수사적 위협에 중점을 둔 ‘선언적 사용’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향후 전개양상은 러시아의 군사 독트린이 적의 재래식 공격에 의한 위협 상황에서도 핵무기의 사용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고, 푸틴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체계에서 오는 오인과 오판의 가능성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러시아의 핵교리와 푸틴의 인식차원에서만 놓고 보면 ‘실제적 사용’ 영역으로의 진입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다. 만약 러시아의 정치․군사적 패배가 예상될 경우 실제 사용 가능성은 적더라도 전술핵무기나 다른 대량살상무기의 과격하고 강도 높은 활용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한반도 안보에 주는 함의로는 첫째, 북한 핵미사일 도발의 의도 파악과 대응책 마련을 위해서는 북한의 공세적인 핵전략과 교리, 폐쇄적인 의사결정구조의 제한점, 전술핵무기의 실용화 추세 등 군사적 관점에서의 분석이 중요하다. 둘째, 미국과 나토의 미사일 방어망 확충이 러시아의 공격용 전술핵무기 개발로 이어졌듯이 올해 실행된 북한의 미사일 도발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북한의 추가적인 ICBM 발사 가능성과 더불어 핵탄두의 소형화나 경량화를 위한 핵실험과 미사일 탑재를 위한 실험 등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셋째, 우크라이나전 사태를 계기로 미러 간의 핵군비 경쟁이 가열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여파는 동아시아 지역으로 확대되어 미러 간의 핵군비경쟁에 중국이라는 행위자가 더해지는 이른바 ‘3자 핵군비경쟁’이 구조화될 것이고, 북한의 핵무장, 일본의 공세적인 핵정책을 고려한다면 지역내 핵군비경쟁은 치열해질 것이다.
이러한 안보환경하에서 미국의 확장억제력 및 자체 안보수단의 강화는 필수적이며, 중장기적으로 국가안보를 담보하기 위한 전략적 구상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각 이슈별로 단선화된 대응보다는 미중 전략경쟁, 동아시아 군비경쟁, 북핵 위협 등을 복합적으로 검토하여 종합적인 전략선을 도출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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