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외교정책을 결정하는 데 여론이 얼마나 중요한가의 문제는 학계에서 반세기에 걸쳐 논의된 질문이다. 과거에는 일반 국민이 가진 여러 한계(정보 부족, 전략적 사고 부족, 일관성 부족, 지나치게 윤리 원칙을 따지는 태도 등)로 인해 외교정책 논의 과정에서 여론의 영향력은 제한적이라는 경험적인 분석과 그 영향력이 제한되어야 한다는 규범적인 입장이 모두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민주평화론과 청중비용이론 등이 설명하듯 민주주의 국가들은 국제관계에서 권위주의 국가들과 구별되는 행동 패턴을 보인다. 최근 그 메커니즘의 중심에 여론이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다양한 데이터와 연구방법론을 통해 제시됨에 따라 민주주의 국가의 대외 정책 연구에서 여론이 중요하다는 견해가 더 많은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여론에 반하는 정책을 추진할 때 치러야 하는 정치적 비용이 정치 엘리트들의 사고와 기대효용 계산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은 실험 연구를 통해서도 입증된 바 있다. 이런 연구 결과들은 민주주의 국가들의 대외정책 방향을 예측할 때 변화하는 여론 동향을 분석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에 대한 근거를 제시한다.
동아시아연구원(East Asia Institute: EAI)은 지난 8월 말 한중수교 30년을 맞아 한국인의 대중 인식과 한중관계에 대한 태도를 알아보고, 향후 양국 관계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중앙일보와 공동으로 설문 문항을 기획하여 면접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본 이슈브리핑은 올해 조사의 결과를 과거 EAI <동아시아 인식조사> 데이터와 비교 분석하여 한국인의 대중 인식 가운데 몇 가지 주목할 만한 동향을 정리하고, 그러한 인식이 형성된 원인 및 향후 한국의 대중 정책 방향에 대해 간략히 논의한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