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미국의 대북한 전략의 변화를 분석함에 있어 한 가지 선행되어야 할 일은 북핵문제가 발생한 탈냉전 초기와 2022년 사이에 나타난 구조적 조건들의 변화에 대한 고찰이다. 북한문제와 관련해 특히 중요한 두 가지 변동 요소는 전지구적 세력배분에 있어 다극체제가 부상하였으며 북한의 핵보유가 거의 기정사실로 되었다는 점 등이다.
첫째, 세계정치의 패권이행기 국면으로의 진입에 따라 북핵문제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변화하였으며, 북한 또한 새로운 구조적 조건에 맞춰 자신의 대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지난 탈냉전기 30년간 북핵이슈는 미국 주도 자유세계질서에 대항하는 불량국가(rogue state)의 문제로 규정되었다. 즉, 북한은 미국이 건설한 문명 표준과 국제 사회의 주요한 규범을 어긴 문명 세계의 외부자(pariah)로 규정되었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기본적으로 북미관계에 존재하는 안보 딜레마의 상호성은 고려되지 않았다. 북한이 자유세계 질서의 규범을 어겨서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시각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북한은 정당한 외교 협상자로 간주되지 않아온 것이다. 아울러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경제적 제재, 적극적으로는 레짐 체인지 추구 등의 처벌이 추구되었다.
그러나 다극체제로의 이행과정에서 북핵문제의 본질이 WMD 확산방지나 NPT 체제수호 같은 자유주의적 국제규범의 문제에서 미중간 지정학적 체스게임의 일환으로 일정 정도 전환되고 있다. 2022년 3월 이래 모라토리엄을 깨고 북한이 ICBM을 포함한 다종다양한 미사일 발사를 재개하였고, 급기야 동년 11월에는 북한이 분단 이후 처음으로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는 일까지 벌어졌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유엔안보리의 규탄결의안 조차 통과되지 못한 사실은 이런 점에서 매우 상징적이었다. 전후 미국주도 자유세계질서의 핵심요소 중 하나인 안보영역에서의 비확산규범이 깨져나가고, 대신 강대국간 경쟁논리가 북핵문제의 향방을 좌우하는 상황이 출현했음을 고지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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