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전승절 80주년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5월 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새 시대 포괄적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두 정상은 미국이 세력을 규합하여 전개하는 적대적 정책과 중·러 관계 분열 시도를 이중 봉쇄(double containment)로 규정하고 긴밀하게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1) 공동성명은 특히 NATO가 아태지역으로 동진하고 역내 국가들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연계해서 세력을 규합함으로써, 지역의 평화, 안정 및 번영을 해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확장억지를 구실로 중·러를 겨냥하여 핵무기를 배치하는 핵공유(nuclear sharing) 체제, 지상발사 중거리미사일 배치, 지구적 영공방어 시스템 구축이 전략적 안정(strategic stability)을 해친다며 강력하게 반대했다.
전략적 안정이란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이 진행한 핵무기 감축협상의 토대가 되었던 군사전략적 개념을 말한다. 전략무기는 통상 미·소 양국이 상대방 본토를 타격해서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무기를 칭한다. 기본적으로 상대방 본토로 도달이 가능한 장거리 운반수단에 수백 킬로톤에서 메가톤급 핵탄두를 탑재해야 전략무기로 분류할 수 있다. 쌍방이 상대의 선제 핵공격을 받은 후에 잔여 핵전력으로 공격측을 괴멸시킬 수 있는 소위, 2차 공격력(second-strike capability)를 갖춰서 상대의 공격을 예방할 수 있는 상태에 도달하는 경우 전략적 안정이 달성되었다고 평가한다.
미국의 경우 소련과 러시아에 대한 전략적 안정은 전략무기의 “3축”(Triad)라고 하는 3대 무기체계에 의해 유지되어 왔다: ①사거리 5,500km 이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②잠수함 발사 미사일, ③장거리폭격기, 현재 러시아와 중국이 나름대로 3축 체계를 갖추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는 ICBM은 없고 주로 잠수함에 의존하는 체제이며, 해·공군력이 약한 북한은 ICBM 능력만 갖추고 있다(화성-18형과 화성-19형).2) 인도와 이스라엘도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장거리 목표를 타격할 수 있는 전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3) 두 정상은 상기 공동성명의 군사안보 분야의 하위문서로 “세계 전략적 안정에 관한 공동성명”(이하, 전략적 안정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핵무력의 균형을 바탕으로 유지되는 세계적 차원의 전략적 안정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 글에서는 러·중이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들을 전략적 안정을 해치는 원인 제공자로 지목하며 제기한 문제를 주요 항목별로 살펴보고, 한국의 안보정책에 주는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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