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이슬람주의 계열 반군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 시리아해방기구)의 기습 공세로 수도 다마스쿠스를 장악하고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후원국 러시아로 망명하면서 시리아 세습 독재 정권이 극적으로 붕괴했다. 국제사회에 복귀를 시도하던 시리아는 후원국인 이란과 러시아의 군사 지원 약화, 독재 체제의 태생적인 취약함으로 한순간에 무너졌다. 여기에 철권 통치의 불확실성과 내전으로 심화된 정권의 구조적 취약성 등 대내 요인도 작용했다. 새롭게 출범한 시리아 과도정부는 현재 안팎으로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2025년 3월 HTS의 수장이었던 아흐메드 알샤라는 과도정부를 수립하며 소수계의 권리를 보장하는 민주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다양한 무장 세력을 포용하며, 알아사드 정권의 과거를 청산해 ‘과도기적 정의’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전쟁으로 폐허가 된 경제를 재건하겠다는 의지도 천명했다. 국내 과제 외에도, 시리아 과도정부는 시리아 내 영향력을 둘러싼 주요 외세의 각축에 직면해 있다.
한편 한국은 새롭게 외교관계를 수립한 시리아에서 재건 사업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우리 기업의 이익 창출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시리아 과도정부가 요청하고 우리 정부도 호응한 바 있는 개발 경험 공유, 행정 시스템 설계, 전후 인도주의 지원에 보다 중점을 두는 접근이 바람직하다.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혁명 이후, 중동에서 안전하고 민주적인 국가 재건에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시리아의 이행 과정은 국제사회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정치적 안정에 비해 경제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는 이행기 시리아에서, 한국이 효과적이고 책임 있는 방식으로 재건에 참여한다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동시에 역내 안정에 기여하고,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는 전략적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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