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십여년 동안 과학기술외교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되면서 국경을 넘는 과학기술 국제협력은 물론 국제기구에서 과학기술 자문 활동도 증가하여 왔다. 아울러 과학기술에 내재된 합리성과 보편성이 소프트파워로 작동하며 국가들간의 관계 개선에 과학기술이 촉매 역할을 하는 과학기술 공공외교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확산되었다. 미국이 쿠바와 관계를 정상화하는데 양국 과학한림원간의 협력이 매우 중요한 토대가 되었으며, 영국과학자들과 북한연구자들간의 백두산화산 공동연구 역시 서방과 북한측의 유용한 협력 채널로 유지되어 왔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전개와 미중 갈등이 진행 중인 현재의 불안정한 세계정치환경 속에서 과학기술 협력보다 경쟁과 배제 추세가 두드러지게 드러나고 있다. 예컨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항의로 EU와 유럽우주국이 러시아와 추진 중인 달 탐사 협력을 포함한 다양한 과학기술 연구 및 교육 협력 중단을 결정하였다. 미국정부의 대중 규제가 강화되면서 미국대학이나 연구소에 재직중인 연구자들이 중국 연구자들과 협력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한국의 경우도 남북관계가 좋았던 2000년대 초반에 열렸던 다양한 남북 과학기술협력 채널들이 모두 닫혀있다. 사실 과학기술 공공외교의 논리에 따르면 국가들간의 관계에서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는 지금이야 말로 과학기술이 힘을 발휘하여 국가간 갈등을 누그러뜨리고 관계를 안정화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현실은 오히려 과학기술 부문에서 갈등이 심화되며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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