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의 기치를 내건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며 화려하게 미국 정치 무대에 복귀하였다. 주요 언론들의 예상과 달리, 그는 주요 격전지에서 모두 휩쓸었을 뿐만 아니라, 공화당의 상하원 장악을 이끌었다. 선거 유세 중 트럼프는 추가적인 방위비를 분담하지 않으면 미군을 철수하거나 북대서양조약기구를 탈퇴할 것이라고 공약하며 우방국들을 불안에 떨게 하였다. 무역장벽을 쌓고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강화할 것이라는 공약으로 자유무역의 근간을 흔들기도 하였다. 미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도 동요하고 있다. 2024년 봄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가 34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이 과거에는 세계의 모범적 민주주의 국가였으나 더 이상은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이 40퍼센트에 달했다. 이러한 인식을 가진 미국인들의 비율은 더욱 높아, 72퍼센트의 미국인들이 미국이 더 이상 모범적인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고 답했다.
이러한 변화는 비단 미국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냉전의 해체가 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승리와 이념적 진화의 종언을 지시할 것이라는 낙관적 예측과 달리, 최근 국제적으로 민주주의는 오히려 쇠퇴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1990년 이후 40여 개 국가가 “민주주의의 퇴보(democratic backsliding)”를 경험하였다. 그러는 동안 유럽에서는 극우세력이 약진하였으며, 러시아나 중국, 북한과 같은 권위주의 국가들은 지속적으로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확대하였다. 민주주의, 인권, 법치, 자유무역 등에 기초한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내부와 외부에서 모두 도전을 받고 있는 국면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고는 패권국으로서의 역할에 대한 미국의 인식 변화를 살펴보고, 이러한 변화가 기존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또한, 미국의 대외정책 조정에 대한 중국의 전략적 대응 및 이를 통한 국제질서 재편 시도를 검토한다. 마지막으로, 이를 토대로 정책적 함의를 도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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