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과나눔 아카이브 8000만

전체메뉴

현안분석

  • HOME
  • 논문
  • 현안분석

‘북중관계 이상(異常)설’에 대한 통시적 접근: 북중러 지정학의 시각에서

상세내역
저자 전재우
소속 및 직함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발행기관 동아시아연구원
학술지 논평·이슈브리핑
권호사항
수록페이지 범위 및 쪽수 1-11
발행 시기 2024년
키워드 #북러관계   #북중러   #지정학   #북중관계 이상설   #통시적 접근   #전재우
원문보기
상세내역
초록
2023년 7월, 북한의 전승절 행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친서를 러시아의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등 외빈이 지켜보는 공개 석상에서 수령했다. 같은 해 9월,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최우선순위는 러시아와의 관계"라고 언급하며, 대외관계 중심축의 이동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2024년 6월에는 '북러 조약'이 체결되었고, 중국은 이에 대해 다소 원론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올해 1월에는 노동신문 1, 2면에 푸틴의 연하장이 대대적으로 게재된 반면, 시진핑의 연하장은 3면에 배치되었다.
2024년에 들어와 중국도 상징적 외교 조치에 변화된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김정은–시진핑 산책(2018)' 기념 발자국 동판이 철거되었고, 인근에 조성되어 있던 김일성·김정일의 방중 기념 전시 공간도 폐쇄되었다. 같은 해 5월, 중국은 한중일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한반도의 비핵화' 문구를 포함시키는 데 동의했으며, 이에 대해 북한은 내정간섭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북러 조약' 체결 직후인 7월에는 왕야쥔(王亚军) 주북 중국대사가 북한의 전승절 행사에 불참하면서, 북중 간 거리감이 외교적으로 표출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정황 속에서 '북중관계 이상설'이 제기되었다. 일부 분석가들은 중국이 미국과의 관계 안정화를 도모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이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해석한다. 기존 소위 '중국역할론'과 2023년 11월 APEC 정상회의에서 나타난 미·중 간 갈등 관리 시도와 2024년 4~5월 사이 진행된 양국 간 군사 채널 복원 움직임 등을 그 근거로 제시한다. 한편, 일각에서는 '북러 조약' 체결을 북중관계 악화의 원인으로 제시한다. 러시아의 대한반도 영향력 확대 가능성을 증대시키고,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희석시키는 성격의 조약이 중국의 이해관계와 충돌했으며, 이것이 최근 북중관계에 긴장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들은 설명력의 포괄성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사건적 층위와 구조적 층위를 뒤섞어 분석함으로써 인과관계의 논리적 정합성을 저해하는 한계를 지닌다. 예를 들어, '북중관계 이상설'이 본격적으로 관측되기 시작한 시점은 최소한 '북러 조약' 체결 약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이는 북러 협력이 북중 간 갈등의 직접적 계기였다는 주장에 의문을 제기한다. 또한, 중국이 북한보다 대미 관계 관리를 우선시한다는 사실은 이미 지속적으로 관찰되어 온 현상으로, 최근 일련의 국면을 설명하기에는 충분한 분석 틀로 보기 어렵다.
오늘날 러-우 전쟁의 출구 전략,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 등과 관련하여 다양한 전망이 중첩되는 가운데, 신호(signal)와 잡음(noise)의 구분이 대단히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시기일수록 변수 간 위계를 명확히 설정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다시 말해, 개별 사건에만 집중하여 비약적인 결론을 도출하거나, 구조적 요인과 단기적 사건을 동일 선상에서 다루는 접근은 분석의 타당성을 저해할 수 있다. 이에 이 글은 기존 해석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지정학적 맥락과 강대국 국제정치라는 구조적 요인을 중심으로 북중러 관계를 통시적으로 고찰하고자 하며, 이를 통해 북중관계에 대해 보다 일관된 설명의 틀을 제시하고자 한다.
목차
I. '북중관계 이상설' 부상의 배경

II. 냉전기 북중러 관계에 대한 통시적 검토

III. 냉전 종식 이후 북중러 관계의 구조적 안정성과 제약

IV. 북중러 역학과 한국의 전략적 대응을 위한 함의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