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우리 인민들에게 터놓고 싶은 마음속 고백, 마음속 진정은 《고맙습니다!》 이 한마디뿐입니다.” 2020년 10월 10일의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한 말이다.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자신들의 인민에게 한 연설로서는 아마 최상급의 치하이자 자신을 한껏 낮춘 표현이었다. 이 자체를 김정은 위원장의 통치스타일이나 북한 주민들의 눈높이에서 통치를 하고자 하는 의식을 반영으로도 볼 수 있으나, 북한의 ‘수령제’하에는 이례적인 일이다. 2020년 중 북한 정치체제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은 이 발언뿐만이 아니다. 8월 20일 국가정보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동생인 김여정 등 일부 측근들에게 권한을 이양하는 방식으로 ‘위임 통치’를 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11월 27일에는 그가 환율 급락을 이유로 거물 환전상을 처형하는 등 ‘비이성적’이고 ‘상식적이지 않은’ 대응을 하고 있다는 국정원의 분석 결과가 소개되기도 하였다. ‘위임 통치’를 하고 있는 인물이 때론 ‘비이성적’으로 국정에 직접 관여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는 분석상의 혼선일 수도 있고, 또 다른 일면 김정은 위원장의 통치 행태 자체가 일관성이 없다는 것을 암시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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