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2일(미국 현지시각) 문재인 대통령은 제75차 UN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고 역설하면서 종전선언에 대한 UN 및 국제사회의 지지와 지원을 요청했다.1 이로써 지난 6월 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 의원 174명이 종전선언 촉구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한 지 3개월여 만에 종전선언이 다시 한 번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는 ‘종전선언’이 “정전협정을 공식 종료하고 평화협정 체제를 본격화하는 첫걸음"이며 "미국과 북한의 적대관계를 청산해 북한이 핵 보유를 정당화할 명분을 사라지게 한다"고 강조했다.2 이인영 통일부 장관 역시 8월 12일 한국교회총연합을 방문한 자리에서 ”인도적 지원과 교류 확대를 통해 평화 공존과 종전선언 등의 조치를 발전적으로 추진하고, 통일 기반 조성을 위해 행동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하였다.3 이는 정부와 여당이 종전선언을 남북한 관계 발전을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자 현 남북관계 경색의 돌파구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북한의 6월 남북관계 전면 단절 선언 이후 대화 경색 상태가 지속되고, 평양이 대남/대외정책의 변화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은 현실에서 과연 종전선언 카드가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종전선언을 강조하는 접근은 북한이 핵을 개발하는 이유가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에 있으며, 체제안전보장을 통해 북한 비핵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시각에 기초한 것이다. 문제는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종전을 선언할 경우, 이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평화’에 대한 착시(錯視)를 유발할 수 있으며, 나아가 한미 동맹 및 주한미군 주둔의 명분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북한의 조속한 비핵화를 유도하기는커녕 오히려 북핵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북한에게 자신들의 의도가 통하고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가져다 줄 위험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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