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2월 29일 미국과 탈레반은 카타르 도하에서 ‘평화합의’(이하 ‘미국-탈레반 평화합의’)에 서명했다. 2001년 발생한 9 · 11 테러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이 자위권 행사 차원에서 아프가니스탄을 상대로 무력을 사용한 이후 18년 이상 ‘전장’(戰場)이었던 아프가니스탄에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는 희망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평화는 아직 가깝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020년 3월 9일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의 취임식 당시 압둘라 압둘라 아프가니스탄 前 최고행정관은 대선 결과에 불복하고 동시에 다른 장소에서 취임식을 열었다. 2020년 5월 17일 내각 구성권을 분할하여 행사하기로 합의가 이루어지면서 ‘한 국가 두 대통령’ 사태는 일단락되었으나 이러한 사태는 아프가니스탄의 정정이 불안하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1 아프가니스탄의 정정이 불안한 가운데 과연 실질적인 평화가 실현될 수 있도록 미국-탈레반 평화합의가 이행될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번 미국-탈레반 평화합의는 미국이 오래된 전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빠져나오고 있는지에 대한 또 하나의 사례로도 기록될 것이다. 더구나 저 멀리 1973년 1월 27일 미국, 북베트남, 남베트남, 남베트남임시혁명정부(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 간 체결된 ‘파리 평화협정’ (Agree ment on Ending the War and Restoring Peace in Vietnam)을 통해 미국은 베트남 전장으로부터 이탈했으나 파리 평화협정이 평화를 가져오지는 못했던 것처럼 미국-탈레반 평화합의 역시 미국에게는 하나의 출구전략이 될 수 있겠으나 과연 아프가니스탄에 실질적인 평화가 도래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본 이슈브리프는 2020년 미국-탈레반 평화합의의 주요 내용을 분석하고 이를 1973년 파리 평화협정과 비교하여 미국-탈레반 평화합의가 아프가니스탄에 실질적인 평화를 가져오지 못할 가능성에 대하여 우려를 표명하고자 한다. 그리고 미국-탈레반 평화합의가 한반도 평화협정에 시사하는 바에 대하여도 논의를 덧붙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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