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코로나19로 인해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는 가운데, 북한내의 상황에 대해서도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확산 여부 및 피해 정도는 아직 확언할 수 없지만, 북한 정부가 코로나19의 확산을 유의 깊게 주시하고 있다는 정황은 다분하다. 북한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방학 연장, 행사 연기 등의 조치를 취하고 실제로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 손실이 있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1. 심지어는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도발에서도 마스크 사용 여부가 일종의 대외 메세지처럼 활용된다는 의견도 있다2 3. 최근 한국 정부가 공개한 김정은 친서 내용과 북한이 공개한 미 트럼프 대통령 친서에 코로나19에 대한 내용에 담겨 있는 것은 북한 정권이 코로나19의 확산에 대해 우려하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보여준다.
코로나19로 인한 장기간 경제침체를 우려하고 있는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북한에게도 코로나19는 치명적인 경제적 위기를 유발할 수 있다. 코로나19는 대북제재로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 경제를 더욱 옥죌 것이 자명하다.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한 북중 국경 폐쇄는 비록 일시적이지만 쌀 가격의 폭등뿐만 아니라 장마당 유통망의 부분적 경색도 가져왔고, 장마당의 민감한 반응은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북한 경제가 얼마나 중국발 리스크에 취약해져 있는지를 보여준다.
1월말 급등했던 쌀 가격이 2월말경 다시 안정화된 것을 보면 공급쇼크에 놀란 북한이 국경 폐쇄 조치를 완화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국경 폐쇄 조치 완화로 인해 코로나19의 유입과 북한 내 확산은 피하기 어렵게 되었고, 이는 북한 경제의 장기적 전망을 어둡게 한다. 연초 북한이 겪은 경제적 여파는 정확하게 말해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라 북한 정부의 과잉 방역 조치로 촉발된 일시적인 것이었으나, 이제는 북한에게 절실한 외화 소득을 가져다 줄 관광산업이 중장기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 년간 지속된 제재로 인해 북한의 외화 소득은 현저히 줄어든 상태이다. 새로운 외화 소득원이 절실한 북한은 김정은 본인이 직접 원산갈마 관광지구 건설을 챙길 정도로 중국 관광객 유치에 사활을 건 상황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북한 관광 수요가 큰 중국이 코로나19의 발병지인 상황이어서 언제 대북 관광이 재개될지는 가늠하기 어렵게 되었다. 향후 대북관광이 재개되려면 코로나19의 실제 존재 여부를 떠나 체계적이며 광범위한 방역체계가 선제적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외부로부터의 재감염을 우려하는 중국 당국을 안심시킬 수 있는 수준의 방역체계를 갖추어야 하는데, 이는 북한 형편상 외부 지원 없이는 불가능에 가깝다.
대북제재뿐 아니라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올해 북한 경제는 더욱 어렵게 되었다. 북중경협 확대와 대북관광으로 인한 북한의 제재 무력화에 대한 우려가 컸던 국제사회 입장에서는 코로나19가 제재 역할을 대신한 셈이 되었다.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을 바탕으로 “새로운 길”을 모색하던 북한에게 코로나19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되었고, 불가피하게 대외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작년 12월에 예고되었던 김정은의 결단의 순간은 코로나19로 인해 다시 한번 늦춰질 것이다. 북한은 당분간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을 활용해 방역과 체제 안정을 도모하고, 동시에 정치적 입지가 취약해진 트럼프를 공략하기 위해 미국에 대한 대화와 도발을 병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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