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 동안 한일 관계를 압도해 온 주제인 ‘아베 정부의 전후 70년 담화(아베 담화)’가 8월14일 발표되었다. 아베 담화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는 이제 가장 큰 문제가 아니다. 더 큰 의미는 이제 아베 담화가 과거의 일이 되었다는 점에 있다. 그간 중국과 한국의 대일 외교는 아베 담화문의 내용을 각각의 정부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데 초점을 맞추었고, 반대로 아베 정부는 담화문이 주변국의 의사에 따라 결정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대한 외교를 전개해 왔다. 이러한 밀고 당기는 한일, 중일 외교전은 담화문의 발표와 더불어 끝났다. 한국, 중국, 일본뿐 아니라 미국도 아베 담화의 그늘에서 벗어나 새로운 틀에서 동북아시아 정세를 논하고 상호 협력할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한일 관계와 동북아 정세는 이제 탈(post)아베 담화라는 새로운 장으로 이동하였다. 한국의 외교 전략을 재정립(reset)하는데 유리한 조건이 마련되었다. 한국 정부는 단기적으로는 지난 3월 서울에서 개최된 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서 우리가 제안한 연내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를 성사시키는 데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북한의 도발 가능성과 불안정 우려가 높아지는 한반도 상황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한중미일 4자 외교안보협력체의 출범을 주도해야 한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