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치란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시키려는 국가들이 서로 경쟁하는 게임이다. 전략적 불신은 기본이다. 국가간의 신뢰란 외교적 수사에 불과하다. 레이건 대통령은 “믿지만 확인하라” (Trust but Verify)고 하였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국제관계가 제로섬은 아니다. 오히려 국가간의 교류를 통해서 각국이 더 큰 이익을 도모하는 경우도 있다. 군사동맹, 자유무역협정, 국제기구 참여는 이타심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냉정하게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계산에서 이루어진다. 한미동맹은 한국과 미국의 전략적 이해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맺어질 수 있었고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어느 한쪽이라도 한미동맹이 더 이상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시키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해체될 것이다. 실제로 심각하게 흔들렸던 적도 여러 번 있다.
한국과 일본은 상대방에 대한 극단적인 불신, 과거사 문제에 대한 극심한 불만에도 불구하고 전략적, 경제적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국교정상화를 하고 대규모 무역과 상호투자를 이어 가고 있다. 아무리 정치적인 관계가 나쁘고 국민감정이 상하더라도 경제관계에 해를 끼치는 일만큼은 서로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한국과 중국은 6·25 동란 중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눴다. 중공군은 이 전쟁에서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많은 전사자를 냈다. 그 중에는 마오쩌둥 주석의 큰 아들 마오안잉도 포함되어 있었다. 한국은 중국의 개입으로 인해 통일의 기회를 놓쳤다. 철천지원수지간이었다. 그러나 냉전이 끝나고 중국이 개혁개방 정책을 채택하면서 한·중간의 전략적 이해가 맞아들어가기 시작했다. 1992년에 수교를 하였고 올해에는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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